청와대 주장“적폐해소 주문” VS 유진룡 전 장관 주장 “나쁜사람” 거론

입력 2014-12-06 04:42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7월 3일 청와대에서 차이푸차오 중국 신문출판광전총국장과 한·중 영화공동제작협정 양해각서(MOU)를 교환하며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국민일보DB

청와대는 5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자신에게 직접 국·과장 교체를 지시했다는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주장을 적극 해명했다. 인사 조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보고 결과’를 토대로 해당 부처에 적극적인 적폐 해소를 주문한 차원이었다는 취지다. 다만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실제로 수첩을 꺼내 담당 국·과장을 “나쁜 사람들”이라고 거명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지난해 5월 29일 태권도장 관장이 편파판정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고, 이후 체육계 비리가 주요한 사회문제로 부각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해당수석실을 통해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오랜 체육계 적폐를 해소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지난해 7월 23일 국무회의에서 당시 유 전 장관이 체육단체 운영비리와 개선방안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당시 보고서 내용이 부실했고 체육계 비리 척결에도 진척이 없어 적폐 해소 과정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됐다”며 “이후 대통령은 민정수석실로부터 그 원인이 담당 간부 공무원들의 소극적이고 안이한 대처에 따른 결과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1일 유 전 장관 대면보고 때 ‘보다 적극적으로 적폐 해소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유 전 장관이 적임자로 교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의 설명은 박 대통령이 유 전 장관에게 체육계에 만연한 비리와 적폐를 해소하는 ‘쇄신’을 강력하게 주문했고, 인사 조치 역시 이에 뒤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취지다. 결국 박 대통령이 해당 간부 교체를 지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소극적이고 안이한 담당 간부’로 적시한 민정수석실 감찰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었다는 입장이다.

앞서 일부 언론은 박 대통령이 유 전 장관에게 간부 두 명을 “나쁜 사람”이라고 했고 곧바로 두 사람이 교체됐다고 보도했다. 유 전 장관도 언론 인터뷰에서 “대충 정확한 정황”이라고 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일각에선 현 정부 ‘숨은 실세’로 거론되는 정윤회씨 부부가 국가대표 승마선수인 딸과 관련해 청와대, 문체부 등을 통해 승마협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정씨 딸의 국가대표 승마선수 선발전을 둘러싼 특혜 논란이 벌어지자 문체부가 나서서 승마협회를 감사했고, 정씨 측이 바라는 수준의 결과가 나오지 않자 조사 담당자였던 노모 국장과 진모 과장이 교체됐다는 주장이다.

유 전 장관은 유독 잦은 인사 논란에 휘말려왔다. 2006년 노무현정부 문화부 차관 재직시절에도 청와대와 인사 문제로 갈등을 빚다 취임 6개월 만에 하차했다. 지난해 3월 박근혜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으로 화려하게 귀환했으나 지난 7월 후임도 내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면직 처분’을 받았다. 역시 인사 문제로 청와대와 적지 않은 갈등을 빚었던 게 이유라는 해석이 많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