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이 데리고 다시 왔습니다”… 극단 ‘미추’ 대표 손진책 감독

입력 2014-12-08 02:09
손진책 극단 미추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장충단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손 감독은 오는 10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를 통해 3년 만에 다시 마당놀이판으로 돌아온다. 곽경근 선임기자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 포스터.
“30년만 해보자 해서 여기까지 왔어요. 이제 새로운 30년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마당놀이의 시작, 세대교체를 위한 첫 작업입니다.”

국악계의 종합예술이라 불리는 마당놀이가 다시 돌아온다. 2011년 부산 공연 이후 3년만이다. 마당놀이는 판소리, 무용과 연극 요소, 풍자와 해학의 코드로 알려진 전통공연이다. 1981년부터 30년간 250만 명의 마음에 흥을 돋우고 위로했다.

지난 달 28일 서울 중구 장충단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극단 미추의 대표 손진책(67) 감독을 만났다. 그가 오는 10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심청이 온다’를 통해 다시 ‘마당’ 위에 선다. 1976년 ‘한네의 승천’으로 대한민국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손 감독은 ‘죽음과 소녀’ ‘남사당의 하늘’ 등 수많은 작품을 만든 국가대표 연출가다. 마당놀이라는 장르를 개척하고 지켜온 ‘마당놀이의 역사’이기도 하다.

‘심청이 온다’는 원형 무대, 마당이란 공간을 탈피하고 실내로 들어와 이른바 ‘극장식 마당놀이’의 첫 선을 보이게 된다. 1500여석인 해오름극장 무대를 원형으로 만들어 배경에 11m의 대형 가림막을 설치하고 그 위로 영상을 투사한다. 무대와 좌석의 간격도 기존 극장보다 가깝게 구성했다. 손 감독은 “11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런던의 클래식 축제 ‘프롬스’처럼 청바지를 입고 앉아 편하게 볼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며 실내로 들어온 이번 공연을 설명했다. 마당의 새로운 해석이냐고 묻자 “마당이라는 개념은 현재 여기 우리의 두 발을 딛고 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심청전을 택한 이유는 “눈물도 웃음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심청과 심봉사의 구도가 돋보이는 기존의 심청전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심청이 온다’에선 뺑덕의 역할이 만만치 않다. 당당한 소녀 심청과 능구렁이 같은 심봉사와 함께 극에 재미를 불어넣는다. 현대 사회를 풍자하는 데에 딱 들어맞는 캐릭터들로 변신한다.

심봉사 역은 국립창극단의 희극 전문 배우 김학용과 전북도립국악단 창극단 단장인 송재영 명창이 나선다. 뺑덕 역은 국립창극단의 서정금과 관록의 김성예 명창이, 심청 역은 국립창극단의 민은경과 오디션을 통해 뽑힌 소리꾼 황애리가 맡는다. 국립국악관현악단과 국립무용단, 국립창극단 등 쟁쟁한 국악인들의 참여로 완성도도 높아진다. 손 감독과 함께 박범훈(작곡), 국수호(안무), 배삼식(각색) 등 호흡을 맞춰왔던 원조 제작진이 같이한다는 점도 마당놀이의 팬들을 솔깃하게 한다. 30년간 마당놀이 배우로 활약한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연희감독으로 역할을 한다.

그는 “마당놀이에서 가장 중요하는 출연자는 관객”이라며 “배우들의 에너지와 관객의 집중력이 끊임없이 충돌하고 소용돌이치는 마당놀이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연극과 뮤지컬, 창극과 음악극, 축제 등 다양한 장르의 연출을 두루 섭렵해 온 손 감독은 그간의 응축된 경험을 모아 ‘마당놀이’를 위해 쏟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전통은 본질을 지키고 시대와 함께 변해가야 한다”며 “이번 마당놀이의 새로운 시도도 재창조, 현대화다. 끝없이 창조하고 파괴돼 새로운 전통으로 세워져 가는 것”이라고 했다.

“해외에 가면 ‘스크루지 영감’이나 ‘호두까기인형’ 같은 공연이 연말마다 약속한 듯 막을 올리죠. 우리에겐 온 가족에게 추억을 선물할 공연이 아직 없어요. 낙천성, 순발력, 역동성과 힘…. 우리나라 사람의 DNA와 마당놀이는 딱 맞습니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마음으로 후련하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됐으면 합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