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무용·발레·비보이… 대표 무용가 6명 한무대에 선다

입력 2014-12-08 02:10
19∼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되는 ‘춤이 말하다’에서 무용가 6명은 춤으로 몸을 이야기한다. 비보이 디퍼(김기헌·왼쪽 사진)는 ‘물리적 상해’를, 한국전통춤을 추는 오철주는 ‘무용수 신체의 남성성’을 주제로 삼았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무용은 몸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예술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가 6명이 자신의 몸으로 춤과 삶을 이야기한다. 19∼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열리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춤이 말하다’를 통해서다.

‘춤이 말하다’는 다양한 장르의 무용가들이 관객에게 자신의 춤을 들려주고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국립현대무용단이 지난 해 처음 마련했다. 초연에서 장르간 충돌을 통해 무용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했다면 올해는 무용가의 신체에 주목한다. 무용가의 몸은 무대 위에서 아름다움을 구현하지만 현실로 돌아가면 직업인으로서 심각한 부상에 노출돼 있다는데서 착안했다.

공연을 위해 무용가들은 드라마투르그(공연 전반에 걸쳐 연출가의 의도와 작품 해석을 전달하는 역할)인 서동진 계원예술대 교수와 사전인터뷰를 가졌고, 연세대 보건대학원 김인아 연구교수의 의학 상담도 받았다.

지난 5일 예술의전당 내 국립예술단체 공연연습장인 N스튜디오에서 두 명의 무용가를 만났다. 동래한량무로 유명한 한국전통무용의 오철주(56), ‘대한민국 비보이 1대 1 대회’ 챔피언인 디퍼(본명 김기헌·29). 장르도, 쓰는 몸도 다르니 그들이 말하는 몸의 이야기도 달랐다. 관절만 해도 사용 방법이 다르다.

“전통 무용은 격렬한 동작도 없고 한복 속에 신체가 가려져 있어 사람들은 관절이나 근육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지한 것 같아도 ‘슬로우모션’처럼 움직이고 끊임없이 발 디딤을 하기 위해 안쪽 근육과 관절을 사용하죠.”(오철진)

“비보잉은 순간적인 에너지로 관절을 꺾거나 한 팔로 몸 전체를 지탱하는 등 과격한 동작이 많아요. 부상 등을 통해 제 한계를 알았고 그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도 터득했어요.”(디퍼)

각자 몸을 쓰는 방법이 다르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 색다른 시도도 한다.

“부상이 많아 그에 대한 대처 방식이 있어요. 부상으로 새로운 신체를 이용하면 춤 스타일이 달라진다는 걸 표현할 겁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쓰지 않던 신체를 많이 사용할 생각입니다.”(디퍼)

오철진은 한복을 벗고 셔츠와 바지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다. 그는 “한복과 달리 셔츠는 관절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데 좋을 것”이라며 “공연 중간엔 풍성한 한복 치마를 입고 관객에게 치마를 잡은 손, 발 디딤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몸으로 표현하는 지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 감상에 필요한 팁도 알려줬다. “체구가 작아 제 춤을 본 사람들은 여성적이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관절의 사용과 발디딤, 손의 움직임을 보고 감정의 표현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오철진) “실제 무용가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관객도 장르의 특성을 미리 공부하고 오시면 더욱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디퍼)

이번 공연에는 두 사람 외에 벨기에의 세계적인 무용단 피핑톰에서 활동한 김설진, 다채로운 안무로 주목받는 현대무용가 차진엽,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 무용가로 활약했던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와 국립발레단의 프리마돈나 김지영도 함께 한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