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치적 희생양… 배후는 서울시향 예술감독 정명훈”

입력 2014-12-06 02:28
직원들로부터 폭언, 성희롱, 인사전횡 등을 이유로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인사 전횡과 성희롱, 막말 파문을 일으킨 서울시립교향악단 박현정 대표이사가 자신은 정치적 희생양이라며, 배후 세력으로 정명훈 예술감독을 지목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책임론도 거론했다.

박 대표는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느낀다”며 “(31일로 임기가 끝나는) 정 감독은 본인의 재계약서를 작성하는데 내부 상황을 잘 아는 제가 대표직에 있을 경우 제한된 내용으로 할 수 있으니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박 시장이 거기에 부응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정 감독이 개인 일정을 위해 서울시향의 공식 스케줄을 변경했다는 내용의 자료도 배포했다.

그는 또 “서울시는 지난 9년간 평가나 견제 장치 없이 정 감독에 대해 자동 재계약했고 부채와 예산 감축을 하고 있음에도 정 감독의 연봉과 지휘료는 매년 5%씩 인상됐다”면서 “서울시향의 현재 모습은 전적으로 서울시 책임”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공사 구분 없는 나태한 문화’ ‘조직이라고 할 수 없는 동호회적 조직문화’ ‘정 감독 위주의 조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서울시향의 잘못된 시스템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대표는 지난 2일 17명의 서울시향 직원들이 그가 일상적인 욕설과 폭언, 성희롱을 했다며 배포한 자료에 대해 “서울시향의 비정상적인 시스템을 고치는 과정에서 과격한 표현은 했을지 몰라도 욕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배포한 자료 속 내용이 언제, 어떻게 벌어진 일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퇴임할지 알 수 없지만 모든 의혹이 명확하게 해소된 뒤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정 감독 재계약 문제와 박 대표의 폭언, 성희롱 문제는 완전히 다른 2건인데 이걸 왜 연결하는지 모르겠다”며 “성희롱, 폭언은 문제가 심각했고 엄중한 상황으로 봤으나 직원들이 조용한 해결을 원해 박 대표에게 말하자 스스로 11월 말까지 그만두겠다고 해놓고 말을 바꾼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시향 직원도 “박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사태의 본질을 비켜가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자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는 현재 진행 중인 서울시향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감사과정에서 서울시향의 방만한 운영과 서울시의 감독 소홀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박 시장이 정 감독과의 재계약을 위해 박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을 경우 정치적인 논란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대표와 정 감독 문제 둘 다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며 “감사원 감사가 끝나면 시의회가 요구한 특별감사를 실시해 서울시향을 개혁하고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김재중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