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사조산업 소속 501오룡호의 선원들이 모두 생존할 수 있는 기회가 세 차례 정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 전후 인근 해역에 있었던 96오양호 등 다른 선박들과 오룡호의 교신 내용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부터 서베링해에는 강풍과 높은 파도가 예보돼 다른 선박처럼 오룡호도 미리 피항했어야 했다.
당일 오전 8시쯤(현지시간) 오양호 이양우 선장은 “날씨가 좋아지지 않는다고 하니 판단을 빨리 하는 것이 좋겠다”며 오룡호에 피항을 권유했다. 당시 오양호는 가까운 러시아 나바린 지역으로 이동했고, 근처에서 있던 준성5호, 준성호, 남북호도 피항 중이었다.
오룡호 선장 역시 “고기 그물을 걷고 피항하겠다”고 답했으나 낮 12시30분까지 조업을 계속했다. 그러나 그물을 올리던 중 높은 파도가 선미로 넘쳐 들어와 좌현으로 기울기 시작하자 오룡호는 인근 선박들에 첫 구조 요청을 보냈다. 이어 카롤리나 77호와 잘리브호가 사고 해역으로 이동했다. 카롤리나 77호 김만섭 선장과 오룡호의 교신 내용에 따르면 이때 오룡호는 해수와 어획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바닷물이 계속 들어오는 상태였다. 심지어 타기실에도 바닷물이 넘쳐 들어 조타가 불가능해졌으며 엔진까지 정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항해 전문가들은 비바람이 거센 해상에서 선박의 엔진이 꺼졌다는 것은 회복불능 상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오룡호 선원들은 접근해온 카롤리나 77호로 옮겨 타지 않고 펌프를 지원받아 바닷물을 빼내는 작업을 선택했다. 이때가 오후 2시30분쯤이었다.
배수 작업으로 오룡호는 잠시 복원력을 회복하는 듯했으나 오후 4시쯤부터 상황이 다시 급박하게 돌아갔다. 결국 오룡호는 “좌현 경사가 더 심해져 퇴선하겠다”며 주변 선박들에 구조를 요청하고 4시10분 선사와 위성전화로 상의한 후 최종 퇴선 결정을 내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10분이면 선미에 있던 선원들이 선수에 있던 구명 뗏목을 타거나 체온유지를 위한 특수 방수복을 입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초 구조자 7명 모두 구명정에 탑승하고 있었던 점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따라서 선사 측에서 날씨 예보에 따라 미리 오룡호에 강제 대피령을 내리거나 퇴선명령이라도 좀 더 일찍 내렸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이날 사고 해역에서 시신 7구가 추가로 인양돼 사망자 수는 27명으로 늘었으며 선원 60명 가운데 26명이 아직 실종된 상태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오룡호 선원들 생존할 기회 3번은 있었다
입력 2014-12-06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