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가 보육 예산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사이 최악의 ‘보육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가정어린이집 2만여곳이 소속된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가 보육료 인상을 요구하며 시한부 파업을 결정했다. 주말을 앞두고 갑자기 통보를 받은 부모들은 당장 아이 맡길 곳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연합회는 지난 4일 내부 회의를 열고 8∼10일 파업하기로 결의했다고 5일 밝혔다. 어린이집 원장을 제외한 모든 교사들이 집단휴가를 쓰고, 원장 혼자 근무하며 최소한의 보육 서비스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스쿨버스도 운영하지 않는다.
가정어린이집은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보육기관이다. 국·공립이나 기업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이번 파업에서 제외된다. 현재 전국의 가정어린이집에서 돌보는 아이는 40만명에 달한다. 연합회 관계자는 “회원 어린이집 대다수가 파업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번 파업은 국회가 지난 3일 통과시킨 보건복지부 내년 예산안에 항의하는 차원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내년 예산에는 영·유아 보육료 지원에 3조493억7300만원, 어린이집 지원에 1776억3600만원이 배정됐다. 당초 정부안보다 올랐고, 올해와 비교해도 소폭 늘어난 금액이다.
그러나 연합회는 지난 4년 동안 사실상 지원이 동결됐었다고 지적한다. 연합회 측은 “0∼2세 보육료는 4년간 고작 3% 인상됐는데 물가상승률, 4대 보험료, 교사 퇴직금 인상분을 반영하면 내내 동결된 것과 다름없다”며 “비현실적인 보육 수가를 이번 기회에 꼭 바로잡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연합회는 파업을 결의한 뒤 가정통신문을 각 가정에 보냈다. 통신문에는 “하루 10시간 가까운 노동에도 전문성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보육 현장은 늘 고용이 불안정하고, 제일 힘없는 보육교사의 인내와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며 “교사 집단휴가 신청에 협조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어 “파업을 막으려면 복지부, 기획재정부, 청와대 신문고, 언론 등에 항의해 달라”며 학부모들에게 사이버 시위 동참을 요청했다.
이들이 실제 파업에 들어가면 사상 첫 어린이집 파업이 된다. 2012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가 비슷한 이유로 파업을 예고했다가 부모들의 반발로 철회한 적이 있다. 연합회는 어린이집총연합회에 분과 형태로 속해 있다가 지난해 개별 단체로 떨어져 나왔다. 연합회는 사흘간 파업과 11일로 예정된 차량 행진 시위 이후에도 정부가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15∼17일 어린이집 문을 닫고 집회를 벌일 방침이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맞벌이 부부들은 혼란에 빠졌다. 일부는 “상황을 이해하지만 달랑 이틀 남겨두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럴 줄 알았으면 무리해서라도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냈을 것”이라며 “맡길 곳이 없어서 상사의 양해를 구하고 회사에 아이를 데려가려 한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주부 커뮤니티 등에서는 ‘동네별 품앗이 육아’를 제안하는 글도 이어지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파업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연합회 임원들과 계속 접촉하며 원만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아이를 볼모로 잡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해당 어린이집 폐쇄 등 강경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단독] 어린이집 최악 ‘파업 대란’ 오나
입력 2014-12-06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