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20대 부부가 아기 입양 보내며 받은 200만원… 대법 “아동매매 대가 아니다” 무죄 판시

입력 2014-12-06 02:48

A씨(24) 부부는 2012년 9월 둘째 아이를 출산했다. 형편이 어려워 첫째 아이 키우기도 버거웠던 터라 둘째를 입양 보내기로 했다. A씨 아내는 미혼모 상담 사이트 등에서 입양 방법을 문의했지만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을 들었다. 결국 한 인터넷 카페에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아이를 입양시키고자 한다’는 글을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B씨 부부가 연락해 왔다. B씨 부부는 건강상 이유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처지였다. 두 부부는 상의 끝에 입양을 결정했다. A씨 아내는 같은 해 10월 울산 모처에서 생후 1개월 된 둘째를 B씨 부부 품에 건넸다. A씨 부부의 딱한 처지를 알게 된 B씨 부부는 근처 현금인출기에서 200만원을 뽑아 A씨 아내에게 줬다. “큰 아이 분유값이라도 하라”고 했다. B씨 부부는 입양한 아이를 친자식으로 신고한 뒤 지금까지 길러왔다.

이듬해 A씨가 군에 입대한 뒤 문제가 생겼다. 이들 부부가 ‘아동매매’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아동매매죄는 보수나 대가를 받고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넘겨받을 때 성립한다. 그러나 민간인인 A씨 아내와 B씨 부부를 조사한 의정부지검은 ‘매매’로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A씨 조사를 맡은 군 검찰은 그를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을 진행한 보통군사법원은 유죄로 보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인 고등군사법원은 1심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다고 판단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1·2심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보수나 대가를 받고 아동을 매매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둘째 아이를 적법한 입양절차를 밟아 보낸 것은 아니지만 A씨 부부는 키울 형편이 안돼 입양시킬 의사를 갖고 B씨 부부에게 아이를 인도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200만원은 딱한 처지를 고려해 B씨 부부가 건넨 돈이지 아동매매 대가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