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윤회 문건’ 파문] 나홀로 출두 조응천… “손대지 마세요” 당당

입력 2014-12-06 02:12
“손대지 마세요.”

5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 청사 안으로 걸어 들어가던 조응천(52)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 검찰 수사관의 손을 정중히 밀어냈다. 가볍게 조 전 비서관의 팔을 끌던 수사관이 약간 물러났다. 도열해 있던 카메라 취재진 수십명 앞에서였다.

조 전 비서관은 택시에서 홀로 내려 청사 계단을 올라왔다. 1999년부터 2년간 검사로 일했던 옛 일터에서 강도 높은 조사를 앞둔 참고인 신분이었다. 그는 취재진이 일러준 포토라인에 서서 불쑥 “지금 걱정되는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꾸 밀쳐서, 떠밀리고 도망가듯이 보이고 싶지 않다. 도와 달라”고 했다.

기자들은 “(국정개입 의혹) 문건을 갖고 출석하느냐”고 물었다. 조 전 비서관은 손에 든 가방을 잠시 쳐다본 뒤 여유 있는 태도로 “춥다니까 목도리와 조끼, 그리고 커피믹스를 들고 왔다”고 답했다.

당당하고 밝은 표정을 짓던 조 전 비서관은 심경을 묻는 질문에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그는 “심경은 담담하다”며 “최선을 다해 진실을 말씀드릴 작정”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이 같이 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변호인이 없다”고 답했다. 포토라인을 떠나기 직전 취재진을 향해 “(취재 과정에 밀쳐서) 제가 휘청거리는 모습은 없게 해 달라”고 재차 부탁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