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는 2000년대 중반까지도 미술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1996년 생긴 서울판화미술제가 아트에디션 페어로 발전하며 시장을 견인했다. 하지만 시장 환경이 바뀌며 판화는 상업화랑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서울옥션(1998), K옥션(2005) 등 경매사들이 생겨나 이들이 시장 주도세력으로 떠올랐고 가격이 곧 예술품의 가치로 인식되는 기형적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판화 전문가인 김진하 나무기획 대표는 7일 “박수근, 이우환, 김환기 등 대가들의 작품이 경매에서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호가하다보니, 비싸봐야 수백만 원에 그치는 판화가 설자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대가들의 회화 복제품이 유행하면서 대중적 장르인 판화는 더욱 외면당하게 됐다.
우리 목판화의 국제경쟁력은 어떨까. 김 대표는 “외국의 동판화·석판화는 느낌이 차다. 그 방식으로는 한국적인 맛을 담아낼 수가 없다”며 “한·중·일 3국의 목판화 중에서도 한국 판화가 예술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은 기술, 기교가 뛰어나지만 장인적인 공예미 성격이 강한데 비해 한국은 문인화적 고졸한 맛으로 회화성이 특출하다. 2∼3m 대작은 목판화만 가능하며, 다른 나라에는 발달돼 있지 않는 장르라는 것도 장점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한·중·일 3국 목판화 중 한국이 예술성 가장 우수… 김진하가 보는 한국 판화
입력 2014-12-08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