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전횡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이유로 직원들의 퇴진 요구를 받은 서울시립교향악단 박현정 대표이사 문제가 갈수록 파문을 낳고 있다. 박 대표는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직원들의 주장 배후에 정명훈 예술감독이 있으며 자신은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개인의 자질에서 촉발된 사안이 정 감독과 나아가 임명권자인 박원순 시장까지 얽히고설킨 국면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감사원이 현재 감사를 하고 있고 박 대표 본인도 적극적으로 조사를 받겠다고 한 만큼 진상은 곧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민들에게 아름다운 선율로 감동을 줘야 할 서울시향이 내부 갈등으로 오히려 불협화음을 내고 있으니 안타깝다. 하루빨리 정상을 되찾아 좋은 연주를 들려준 본래의 모습을 찾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사태가 분명하게 매듭지어져야 한다. 우선 박 대표는 물러나는 것이 맞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어느 정도 거친 언사를 사용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논란의 단초가 된 폭언을 자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대표로서의 권위와 지도력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다.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지도자는 자격이 없고 더욱이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구차하다. ‘정치적 희생양’ 운운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행위로 생각될 소지가 크다. 이 정도 물의를 빚었으면 공인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
박 대표가 지적한 정 감독과 서울시향의 문제점도 철저하게 파헤쳐져야 함은 물론이다. 그의 말대로 서울시향이 정 감독의 말에 따라 움직이는 사조직 같거나 업무 관행 등이 동호회 수준이라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세계적 명성의 마에스트로라 하더라도 시민의 세금과 후원자들의 지원으로 유지되는 서울시향을 독단적 권력으로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 규정을 어기면서 예산을 집행한 사례도 있다고 하니 제대로 조사해 위법 사항은 처벌해야겠다. 직원들의 근무태도 등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부분도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내년 재단법인화 10주년을 맞는 서울시향의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바란다.
[사설] 朴 서울시향 대표 물러나는 게 옳다
입력 2014-12-06 02:40 수정 2014-12-06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