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4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비선실세설’의 당사자 정윤회씨가 실제로 ‘문고리 권력’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한겨레신문 보도에 대해 “대충 정확한 정황 이야기”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자신 등을 청와대 집무실로 부른 뒤 수첩을 보며 문체부 국장·과장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했다는 게 보도의 골자다. 이 내용을 뒷받침하는 주장이 그것도 당시 주무 장관을 통해 나왔다는 것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찌라시’ 수준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유 전 장관 말마따나 청와대가 자신 있으면 ‘정윤회 동향 문건’ 경우처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고 나올 법한데 그러지 않는 걸 보면 지난해 9월 문체부 체육국장·체육정책과장이 동시에 경질되는 과정에 정씨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정씨는 지난해 5월 승마 선수인 자신의 딸을 국가대표로 선발되게 하기 위해 승마협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휘말렸었다. 문체부는 청와대 지시로 승마협회를 조사했고, 문체부가 정씨가 원하는 조사결과를 내놓지 않자 당시 조사를 담당한 국장과 과장이 돌연 경질됐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아주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얘기를 듣지 않았다면 일개 부서 국·과장 인사에 직접 개입할 이유가 없다. 청와대 대변인 설명대로 “인사는 부처 장관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이다.
유 전 장관은 “김종 문체부 2차관과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하나로 생각하면 정확하다. (인사청탁은) 김 차관이 대행했다”고도 했다. 문체부 산하기관 인사를 둘러싸고 외압설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김 차관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문고리 권력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당사자들과 청와대는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다고 진실이 가려지지 않는다.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객관적인 조사가 먼저다. 당사자 말에 100% 의존했다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 수 있다.
[사설] 문체부 전 장관도 시인한 ‘문고리 권력’
입력 2014-12-06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