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백석동에 있는 수도권매립지(총 부지 1541만㎡).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인 이곳에는 수도권 생활·건설폐기물이 하루 평균 1만5000t 반입돼 매립된다. 서울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이 기능을 다해가자 서울시와 환경관리공단이 간척지를 매립해 조성한 이곳엔 1992년 2월 첫 쓰레기가 반입됐다. 반입 쓰레기의 지역별 비중은 현재 서울시 44.5%, 경기도 39%, 인천시 16.5%다.
수도권의 쓰레기 매립을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수도권매립지가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조성 당시 정한 사용기한(2016년)이 2년 앞으로 다가왔는데 권한을 쥔 인천시가 기한 연장 불가 방침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수도권매립지 반경 5㎞ 내에 70만명이 살고 있는데 주민들이 악취, 비산먼지, 반입 차량으로 인한 소음 등으로 고통 받고 있어 연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사용기한 연장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대체매립지를 구하기 어려운 게 가장 큰 이유지만 수도권매립지 내 매립공간이 넉넉하다는 점을 들어 연장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매립지는 2016년이면 포화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분리수거 등 쓰레기 감량화 정책이 효과를 내면서 반입량이 줄어든 덕에 현재 전체 매립공간의 58% 정도만 사용한 상태다. 서울시와 환경부는 매립이 87%가량 진행된 제2매립장은 물론 아직 조성되지 않은 제3·4매립장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사용기한을 2044년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천시는 유정복 시장이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2016년 사용 종료’ 입장을 재천명했지만 입장이 묘하다. 유 시장은 인천시, 서울시, 경기도, 환경부 간 4자 협의체를 구성해 해결책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매립지 소유권과 면허권 인천시로 이양, 매립지 관리공사의 인천시 이관, 매립지 주변지역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정책 추진 등을 선제적 조치로 요구했다. 이런 조건이 충족된다면 사용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수도권매립지는 서울시가 71.3%, 환경부가 28.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분과 관리운영권을 넘겨받는다면 인천시는 매립지 재활용 등으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인천시의 제안에 호응하는 모습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4일 ‘2017년 생활쓰레기 직매립 제로 선언’을 하는 자리에서 4자 협의체에 참여해 소유권 이양을 포함한 다양한 대안을 협의하겠다고 화답했다. 저간의 사정을 보면 결국은 4자 협의체가 가동돼 인천시의 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선에서 사용기한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그게 바람직한 해결책일까. 행정기관이나 다른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지만 수도권매립지 인근 주민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방안이다. 주민들은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을 주장하고 있다. 각자 배출한 쓰레기는 자기 지역에서 자체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근’을 제시하며 고통을 계속 참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지역 이기주의’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정부와 3개 시·도가 사안의 중대성을 절감하고 적극적으로 해법 모색에 나서야 한다. 환경오염 피해를 줄이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주민에 대한 합당한 보상, 적극적인 쓰레기 감량화 정책 추진 등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조기 폐쇄를 전제로 사용기한을 한시적으로 연장하고, 각 시·도가 폐기물 자체 처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중장기 플랜을 마련할 각오도 해야 한다. ‘효율성’을 내세워 누군가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건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라동철 사회2부 선임기자 rdchul@kmib.co.kr
[내일을 열며-라동철] 수도권매립지를 어찌할꼬
입력 2014-12-06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