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국회의원 보좌관

입력 2014-12-06 02:20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이기택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한 살 차이 고향(부산) 선배를 도우며 정치를 배운 것이다. 이 의원은 신군부에 의한 정치 규제로 제11대 총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되자 ‘박 보좌관’에게 지역구(동래)를 물려줘 당선시켰다. 박 전 의장은 그 후 내리 6선을 하며 입법부 수장까지 올랐다.

이처럼 국회의원 보좌관은 정치 지망생이 배지를 달아 성공할 수 있는 통로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를 역임한 유시민 전 의원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의원일 때 그의 보좌관이었으며,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냈다. 현 19대 의원 중에는 보좌관 출신이 20명 이상이나 된다.

보좌관은 의원 비서진 전체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통상 직위가 가장 높은 2명의 4급 공무원을 가리킨다. 보좌관은 연봉이 7000만원을 넘고 국회의 견제 대상인 행정부를 상대로 일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박사 학위자는 물론 변호사와 회계사 등 전문직도 수두룩하다. 또 일 잘하고 발 넓다는 소문이 나면 공기업이나 대기업에서 좋은 조건으로 영입하기도 한다. 청와대나 총리실로 발탁되거나 총선 때 공천을 받을 수도 있다.

반면 ‘파리 목숨’인 보좌관도 적지 않다. 이른바 ‘가방모찌’ 역할만 하다가 그만두는 사람도 부지기수란 얘기다. 보좌관 임면권은 국회의장에게 있지만 실제로는 국회의원이 면직요청서를 의장한테 보내면 끝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이 ‘보좌직원 면직예고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의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보좌관이 의원의 의정활동을 소신껏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고용안정을 조금이라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 하기야 자기 밥그릇 빼앗긴다고 입법에 반대하는 의원도 없지는 않을 게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