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윤회 문건’ 파문] 檢 “컴퓨터 파일 일부 삭제한 경찰관 조사” 박관천 증거인멸 논란

입력 2014-12-05 04:21
청와대 문건 작성·유출자로 지목된 박관천 경정의 경찰서 사무실 컴퓨터에서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일부 파일이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4일 “서울 도봉경찰서의 박 경정 컴퓨터에서 압수수색 하루 전인 지난 2일 일부 파일이 삭제된 것을 압수수색 중 확인했다”며 “경찰서 직원이 박 경정의 연락을 받고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삭제한 직원은 박 경정이 과장인 부서의 유모 경장이다.

검찰은 박 경정이 부하 직원을 시켜 증거를 인멸하려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 단계에선 삭제된 파일 내용이 뭔지 확인이 안 된다. 파일을 복구해 내용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도봉경찰서 관계자는 “삭제된 파일은 서울경찰청에도 다 보고된 일반 정책보고서 1건이다. 검찰이 이번 사건과 무관한 자료까지 가져갈까봐 그렇게 한 것 같다”며 “감추려 했다면 (파일을) 덮어쓰는 등 여러 기법이 있는데 그냥 지운 뒤 ‘휴지통 비우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도 압수수색 현장에서 복원해 일반 문서임을 이미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전날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을 압수수색하며 분실 소속 경찰관들의 휴대전화 17대를 압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건 유출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분실 직원들의 통화내역 등을 확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사상 처음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을 압수수색당한 경찰 내부에서는 “수십년치 정보가 털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전날 검찰이 들이닥친 정보1분실은 각종 정책과 범죄 정보를 수집하는 부서다.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와 관련한 정보도 모두 이곳에 모인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청와대 문건 유출과 관련한 자료만 보겠느냐”며 “민감한 정보들이 각종 사정작업에 이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중구 정보1분실로 출근하는 경찰관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압수수색에 대한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분실은 직원이 드나들 때를 빼곤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다. 벨을 눌러도 응답은 없었다. 문 안쪽에선 “어제 그 휴대폰을 꺼버렸다” 등의 대화가 작게 들렸다.

양민철 이경원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