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윤회 문건’ 파문]‘정씨-10인 회동’ 실체 규명 전방위 추적

입력 2014-12-05 04:18
검찰 수사관이 4일 ‘정윤회 문건’에서 정씨와 청와대 비서관들의 회동 장소로 명시된 서울 강남 J중식당을 압수수색한 뒤 황급히 차를 타고 떠나고 있다(오른쪽 사진). 왼쪽은 압수수색 장소인 J식당을 외부에서 촬영한 모습. 연합뉴스

검찰이 ‘정윤회 문건’ 내용의 진위 확인 수사에도 본격 시동을 걸었다. 4일 수사의 초점은 문건 속 ‘10인 회동’의 실체 규명을 위한 진술과 물증 확보에 맞춰졌다. 전날 문건 유출 관련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한 데 이어 두 갈래 수사 모두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진위 여부는 그런 (비선라인) 모임이 진짜 있었는지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다만 검찰 내부적으로는 “문건 내용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관천(48) 경정을 상대로 지난 1월 6일자 ‘청(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란 제목의 문건을 생산하게 된 경위와 작성 근거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경정이 별도 자료 제출 없이 본인 입장에서 필요한 진술을 했다”며 “(조사 받는 태도를 보니)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경정은 조응천(52) 전 공직기강비서관으로부터 ‘김기춘 비서실장 사퇴설에 대해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고 문건을 만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0인 회동 장면을 직접 목격하진 못했지만 믿을 만한 정보라고 판단해 상부에 보고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조 전 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방 직원들에게 경위 파악을 지시했는데 박 경정이 가장 구체적으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건 파문 이후 박 경정과 통화했다는 정윤회씨는 “박 경정이 ‘조 전 비서관이 알려준 사람을 만나 얘기를 들었고, 이후 조 전 비서관이 불러주는 대로 타이핑만 했다’고 말했다”며 상반된 주장을 했다.

문건에는 ‘정씨가 지난해 10월부터 매월 2회 상경, 서울 강남의 식당 등에서 소위 ‘십상시(十常侍)’ 멤버들을 만나 VIP(대통령)의 국정운영, BH(청와대) 내부 상황을 체크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음’이라고 돼 있다.

검찰은 문건 속 ‘십상시’ 회동의 유무를 파악하는 게 1차 관문이라고 보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10명이 정기적으로 모였다는 게 문건의 기본 내용인데 9명이 모였으니 ‘팩트’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3명이 모인 걸 10인 모임이라고 보는 건 곤란하지 않나”라며 “7∼8명은 모였어야 팩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위 판단 기준을 엄격히 하겠다는 뜻이다.

검찰은 이날 모임 장소로 지목된 서울 강남의 J중식당 분점 3곳을 압수수색했으며 식당 사장도 불러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문건 등장인물 전원에 대한 통화내역 분석 등을 통해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위치 정보도 수집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문건에 대해 “찌라시를 모아 놓은 수준”이라고 규정한 상황에서 검찰이 이를 뒤집을 증거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으리란 관측도 많다. 한 검찰 간부는 “문건 형식이 ‘감찰 보고서’가 아니라 ‘동향 보고’인 점을 감안하면 박 경정 역시 증거 수집 등 추가 확인 절차를 밟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기 모임이 있었다는 게 증거로 입증되지 않으면 모임에서 나왔다는 말도 신빙성이 없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주장대로 회동이 없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 수사는 문건 유출 책임을 묻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반대로 일부라도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 청와대 외부에서 비밀회동을 가졌을 개연성이 높다고 나오면 수사는 전혀 다른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지호일 이경원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