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언행과 인사전횡 등을 이유로 서울시립교향악단 사무국 직원들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박현정 대표가 지난달 서울시에 밝혔던 사의를 최근 번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표는 퇴진 요구에 정명훈(사진) 시향 예술감독이 연관돼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박 대표는 4일 서울시의원회관에서 기자들에게 “성희롱, 인사전횡 주장은 음해”라고 반박했다. 그는 “누가 말만 하면 다 사실이 되는 건가. 정리가 되면 법적 대응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직원들이 배포한 자료는 이미 지난 10월 중하순 정 감독이 박원순 시장에게 전달한 내용”이라며 정 감독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박 대표는 5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은 박 대표가 직원들에게 일상적인 폭언과 욕설, 성희롱 등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공개채용 절차 없이 인사전횡을 했다며 감사 촉구 호소문을 지난 2일 발표했다. 박 대표가 “너는 미니스커트 입고 네 다리로라도 나가서 음반을 팔면 좋겠다” “(술집)마담을 하면 잘할 것 같다”는 등의 폭언을 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시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말을 공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지난 10월 14일 정 감독이 서울시향 직원들의 탄원서를 접수한 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박 대표는 10월 28일 정효성 행정1부시장에게서 탄원내용을 듣고 11월 중순에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표는 지난 1일 박 시장에게 사임 의사를 번복하면서 서로 언쟁이 오고갔다.
박 대표는 시향의 방만한 운영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져 퇴진 요구로 이어졌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사무국 여성 전문위원은 59세에 입사해 현재 나이가 69세인데, 이는 정 감독과 개인적인 인연이 작용했다고 의심한다는 것이다. 실제 박 대표 취임 이후 구조조정으로 사무국에서 13명이 퇴사했다. 박 대표와 정 감독의 갈등은 지난 9월 정 감독이 빈 국립오페라단의 지휘요청을 받고 서울시향 공연 3개의 일정을 변경한 게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사태에는 박 대표의 거친 언행과 서울시향의 방만한 운영, 박 대표와 정 감독의 갈등을 비롯한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표는 삼성생명 경영기획그룹장·마케팅전략그룹장(전무) 등을 거쳐 서울시향의 첫 여성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박 대표의 아버지는 전직 동력자원부 장관 출신이고,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외삼촌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동철 선임기자, 서윤경 기자 rdchul@kmib.co.kr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 사의 번복… ‘성희롱·전횡’ 의혹 싸고 음해 공방
입력 2014-12-05 0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