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 서울시향 대표 사의 번복… ‘성희롱·전횡’ 의혹 싸고 음해 공방

입력 2014-12-05 03:38
서울시립교향악단 사무국 직원들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가 4일 서울 서소문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예산심의위원회 회의장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정명훈 시향 예술감독
성희롱 언행과 인사전횡 등을 이유로 서울시립교향악단 사무국 직원들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박현정 대표가 지난달 서울시에 밝혔던 사의를 최근 번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표는 퇴진 요구에 정명훈(사진) 시향 예술감독이 연관돼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박 대표는 4일 서울시의원회관에서 기자들에게 “성희롱, 인사전횡 주장은 음해”라고 반박했다. 그는 “누가 말만 하면 다 사실이 되는 건가. 정리가 되면 법적 대응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직원들이 배포한 자료는 이미 지난 10월 중하순 정 감독이 박원순 시장에게 전달한 내용”이라며 정 감독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박 대표는 5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은 박 대표가 직원들에게 일상적인 폭언과 욕설, 성희롱 등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공개채용 절차 없이 인사전횡을 했다며 감사 촉구 호소문을 지난 2일 발표했다. 박 대표가 “너는 미니스커트 입고 네 다리로라도 나가서 음반을 팔면 좋겠다” “(술집)마담을 하면 잘할 것 같다”는 등의 폭언을 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시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말을 공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지난 10월 14일 정 감독이 서울시향 직원들의 탄원서를 접수한 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박 대표는 10월 28일 정효성 행정1부시장에게서 탄원내용을 듣고 11월 중순에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표는 지난 1일 박 시장에게 사임 의사를 번복하면서 서로 언쟁이 오고갔다.

박 대표는 시향의 방만한 운영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져 퇴진 요구로 이어졌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사무국 여성 전문위원은 59세에 입사해 현재 나이가 69세인데, 이는 정 감독과 개인적인 인연이 작용했다고 의심한다는 것이다. 실제 박 대표 취임 이후 구조조정으로 사무국에서 13명이 퇴사했다. 박 대표와 정 감독의 갈등은 지난 9월 정 감독이 빈 국립오페라단의 지휘요청을 받고 서울시향 공연 3개의 일정을 변경한 게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사태에는 박 대표의 거친 언행과 서울시향의 방만한 운영, 박 대표와 정 감독의 갈등을 비롯한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표는 삼성생명 경영기획그룹장·마케팅전략그룹장(전무) 등을 거쳐 서울시향의 첫 여성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박 대표의 아버지는 전직 동력자원부 장관 출신이고,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외삼촌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동철 선임기자, 서윤경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