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문화재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지역 개발 사업 등이 문화재 보호 규제 때문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경제활성화 논리에 문화재 보호 가치조차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문화재는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유산이지만 과도하고 경직적인 규제는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공사 중 문화재가 발견돼 공사기간이 지연되거나 조사비용이 들어가는 부담을 완화하고, 문화재 주변에 대한 과도한 고도 제한 및 행정처리 지연에 따른 주민 불편도 덜어드리겠다”고 밝혔다.
◇건물 고도 제한 등 문화재 주변 건설 규제 완화=기재부가 문화재 규제 완화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월이다. 문화재 주변 건설 규제를 풀어 달라는 각 지역이나 업계 민원 등에 따른 것이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청와대 신문고 등에 문화재 주변 건설 규제를 풀어 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며 “건물 높이 제한이 지나친 곳은 개선을 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기재부도 이 같은 문화재 주변 건물 높이 제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별로 인근 건물의 높이를 제한하고 있어 건설 등에 제약이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일례로 2010년 5월 세운상가 재정비 사업의 경우 문화재청이 종묘 경관 보호를 위해 신축 건물 높이를 122m에서 62m로 낮출 것을 요구해 제동이 걸린 바 있다.
건설 공사 중에 문화재가 발견되는 경우 발굴 비용 지원 범위를 늘리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건설 공사 중 문화재가 발견될 경우 시행사 비용으로 문화재를 발굴해야 한다. 이 중 대지면적 792㎡, 연면적 264㎡ 이하인 소규모 건축물 공사에 대해서만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는데 이 기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규제 포털에는 “문화재 발굴로 인한 기업피해가 심각하다” 등의 불만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외에 정부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때문에 재산권의 침해를 받는 경우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은 문화재 주변 200∼500m 지역으로, 건물을 짓거나 시설물을 설치할 때 규제를 받기 때문에 지역 민원이 많았다. 지난달 강화군은 역사문화 환경 보존지역의 범위를 주거·상업·공업 지역의 경우 현행 200m를 100m로 축소해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정부는 보존 관련 심의를 하는 문화재위원회 위원 중 일반 시민의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규제에 불편함을 느끼는 시민의 목소리를 더 듣겠다는 의도다.
◇“규제 완화는 한국의 역사성 훼손”=규제 완화에 따른 문화재 훼손 우려도 높다. 문화유산 보호 단체인 한국 내셔널트러스트의 김금호 국장은 “규제 완화 명목으로 문화재가 파괴될 여지를 남기는 것은 문화재 보호 의지가 박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황평우 문화재청 전문위원은 “서울의 경우 이미 문화재 주변 건물 고도가 높은 상태”라며 “지금보다 높이 제한을 푸는 것은 한국의 역사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재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규제부터 푼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얘기”라고 말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崔 부총리 “건설공사 지연시키는 문화재 보호 개선”… 지역개발 논리에 ‘역사’ 훼손 우려
입력 2014-12-05 0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