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윤회 문건’ 파문] “가만 있는 사람한테 왜”… 박지만, 일시 출국 검토

입력 2014-12-05 03:39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0년 10월 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31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 다정하게 얘기하고 있다. 국민일보DB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56) EG 회장이 최근 청와대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와의 ‘권력암투설’에 대해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국내 상황이 계속 시끄러울 경우 연말 휴가를 겸해 해외로 잠시 출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과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한 지인은 4일 “근거도 없는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자 박 회장이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 왜 그러느냐’고 했다”며 “하도 어이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억울해하지도 않고, 아무 일도 없는 듯 평시처럼 출근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 회장은 평상시 주변에 “밖에 있는 식구들이 누나를 편하게 해줘야 한다”며 “누나가 청와대에 있는 동안 절대로 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공개석상에 나서는 일도 극도로 자제해 왔다. 박 회장의 오랜 지인은 “친구들도 잘 안 만날 정도로 주변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고, 간혹 부탁을 받아도 ‘내가 그런 말을 들어 줄 위치에 있지 않다’며 단호하게 거절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박 회장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당할까 싶어 나서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에게도 다른 말이 나오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박 회장에 대한 각별한 신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게 주변의 일관된 전언이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에게 최근 ‘박 회장을 가끔 불러 챙겨주시라’는 건의를 했는데 박 대통령이 ‘내가 안 부르는 게 아니라 지만이가 부담주기 싫다고 안 오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나를 너무 매정한 사람으로 보지 마시라’며 농담성 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주변에서 친인척 문제 정리를 건의하면 “알아서 하겠다”며 잘라 말해 왔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한 측근은 “허태열 전 비서실장이 박 대통령에게 박 회장 내외의 해외 유학을 건의했다가 이후 대통령과 사이가 상당히 멀어진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