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56) EG 회장의 육군사관학교 37기 동기생들은 박 회장 영향력이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조용한 성격에다 누나인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특별히 ‘몸조심 말조심’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육사 동기생 챙기기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반대 시각도 존재한다.
박 회장의 육사 동기인 한 장성은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회장은 분별력 있고 남의 일에 잘 끼려 하지 않는 조용한 성격”이라고 말을 시작했다. 그는 “만약 (청와대 업무나 인사에) 관여해 왔다면 지금까지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고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사건으로 불거진 정씨와의 권력암투, ‘문고리 권력 3인방’과의 갈등 등은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짐작이다. 그는 “3년 전에 만났는데 국방개혁안이 좀 잘되게 해 달라고 부탁한 일이 있었다”며 “당시 국회의원이던 박 대통령이 개혁안에 반대한다고 해 박 회장을 통해 만남을 요청했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박 대통령에 대한 박 회장의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의미다.
다른 동기생은 “박 회장이 ‘누나에겐 전화도 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했다”며 “박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것을 걱정해 (청와대 일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줬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박 회장이 정씨에게 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했다. 정씨가 ‘문고리 권력 3인방’을 동원해 자신을 지나치게 견제하고 있다는 불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동기생은 “말이 별로 없고 과도하게 나서는 편은 아니어서 국정에 개입하거나 할 사람 같지는 않다”고 했다. 단지 대통령의 동생이라는 점 때문에 주변에서 ‘줄’을 대려는 사람이 많다보니 그의 영향력이 과장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박 회장을 ‘욕심 없는 사람’으로 보는 이들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 시각도 있다. 그가 동기생들을 특히 챙겨 군 인사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동기생인 이재수 중장이 지난해 10월 전격적으로 기무사령관에 발탁된 것이나 두 차례 진급이 누락됐던 사람이 갑작스레 중장으로 진급한 것 등이 그런 방증이란 주장이다. 군 관계자는 “박 회장이 드러내놓고 육사 동기생들을 지원하지는 않더라도 인사 과정에서 ‘육사 37기’라는 점은 충분히 감안됐을 것”이라며 “아예 박 회장이 전혀 힘이 없다면 그런 일이 왜 벌어졌겠느냐”고 했다.
박 회장 동기로 3성 장군에 오른 사람은 8명이다. 기무사령관에서 물러나 자리를 옮긴 이재수 제3야전군사령부 부사령관, 신원식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전인범 특전사령관, 조보근 국방부 정보본부장, 양종수 육사 교장, 김영식 육군항공작전사령관, 박찬주 육군참모차장, 엄기학 1군단장 등이다. 기수별로 평균 5∼6명이 배출되는 것에 비해 많은 편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靑 정윤회 문건’ 파문] 박지만 회장에 대한 육사 동기들의 엇갈린 시각
입력 2014-12-05 0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