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인사에 ‘칼바람’이 불었다. 삼성그룹은 4일 부사장 42명, 전무 58명, 상무 253명 등 총 353명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476명)보다 무려 123명(25.8%)이 줄었다. 2008년 이후 6년 만에 최소 규모다. 승진 연한을 뛰어넘는 발탁 인사도 56명으로 작년(86명)보다 30명 줄었다. 주력인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 때문이다.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삼성의 성과주의 인사 원칙이 재확인된 것이다. 여성 인재 중용, 세대교체가 두드러졌다. 사장단을 제외한 신임 임원 평균 연령은 46.7세로 작년(47세)보다 젊어졌다. 삼성은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전체 승진자의 절반에 가까운 165명이 삼성전자에서 나왔지만 지난해(227명)에 비해 27.3% 줄어든 것이다. 사업별 희비가 엇갈렸다. 높은 성과를 올린 메모리사업부는 승진자가 22명으로 작년(20명), 재작년(14명)보다 늘었다. 반면 실적 부진으로 고전한 무선사업부는 승진자 규모가 많이 줄었다. 현재 200여명에 달하는 무선사업부 전체 임원 중 20% 이상이 정리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다음 주 발표될 조직 개편에서 인원 감축 등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 삼성그룹 임원 인사 중 발탁 인사는 총 56명이다. 이 중 2년 이상 발탁 인사를 한 승진자는 9명이었다. 지난해 부장을 단 문준 삼성전자 부장은 1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유일한 3년 발탁 인사다. 문 신임 상무는 스마트 LTE 솔루션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공을 인정받았다.
여성 임원은 지난해(15명)와 비슷한 14명이 승진했다. 전체 승진 규모에 비해 여성 인력 중용 기조는 지속됐다. 대부분(13명)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박정선·박진영 부장, 삼성SDS 정연정 부장 등 신경영 출범 초기인 1994년 공채로 들어온 여성 부장이 대거 임원으로 승진해 여성공채 임원 시대를 정착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HP 출신의 IT상품전략 전문가인 삼성전자 하혜승 상무는 전무로 승진했다. 박형윤 삼성중공업 부장이 상무로 승진, 전통적인 남성 직장으로 여겨졌던 조선·중공업계에 처음으로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삼성 관계자는 “다수의 여성 임원이 미래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으로 양성되고 있어 머지않아 여성 CEO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승진자는 9명으로 작년(12명)보다 약간 줄었다. 2012년 팀 벡스터(미국) 부사장, 작년 왕통(중국) 부사장에 이어 삼성전자 북미총괄 기획홍보팀장인 데이비드 스틸 전무도 본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삼성 임원 353명 승진 인사… 2013년보다 123명 줄어 6년 만의 최소 규모 ‘칼바람’
입력 2014-12-05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