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년에 물가안정목표치를 정하면서 기준지표 변경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 10월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은은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계속 밑돌고 있는 상황에 대해 질타를 받았다.
한은 관계자는 4일 “내년 물가안정목표를 설정하는 작업을 벌이면서 목표 수준과 함께 기준지표 변경 가능성까지 제반 사항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가안정목표제는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제시한 뒤, 이를 목표로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현행 중기 물가안정목표(2013∼2015년) 범위는 2.5∼3.5%이나 실제 소비자물가는 2년 넘게 1%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제 목표치 설정, 유효성 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한은 내부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졌다. 지난달 열린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현행 물가안정목표를 수정할 시간적 여유는 없지만 차기 물가안정목표 설정에 대해선 조기에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한 금통위원은 “개인소비지출(PCE)물가지수에 속보성 등 일부 단점은 있지만 통화정책 보조지표로 활용하거나 물가목표 설정의 기준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구체적 안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물가안정목표제는 1988년 도입 후 2년간 소비자물가를 기준으로 매년 정하다가 2000∼2006년엔 근원인플레이션을 기준지표로 삼았다. 소비자물가를 기준으로 3년 단위 중기 목표를 정하는 방식은 2007년부터 쓰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선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내년 상반기 중 물가변동 등 기본적인 분석을 끝내고 방향을 정하면 정부와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이 물가안정목표제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일각에선 아예 이 제도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현재의 저물가 현상은 노령화 및 저성장에 따른 기조적 변화”라며 “한은이 다가올 디플레이션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선 물가안정목표제를 폐기하고 금융안정, 거시경제 안정 등을 통화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韓銀 “물가안정목표제 원점서 재검토”
입력 2014-12-05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