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양보 필요하지만 고용 안정성 해쳐선 안돼”

입력 2014-12-05 02:15
우리나라 노동시장구조 개선을 위해 정규직의 양보는 필요하지만 고용 안정성을 해치는 방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대기업·공기업 정규직의 임금 등 각종 노동 요건을 조정하더라도 최근 정부에서 언급한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나 ‘중규직화’ 등의 방향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일 고용노동부·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 후원으로 개최된 ‘노동시장 구조개선 토론회’에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정규직 근로조건의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정규직의 고용안정성과 근로조건을 모두 지키려다 보니 비정규직 근로자가 희생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권 교수는 “비정규직은 원래 ‘유연성’ 때문에 도입되는데 국내 현실에서는 고용 불안을 넘어 저임금과 같은 차별까지 지워진다”면서 “비정규직은 최소한 근로조건에서는 적극적으로 우대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그러나 “그 해법이 정규직의 비정규직화와 같은 하향평준화가 돼서는 안 된다”면서 “정규직의 고용 안정성은 핵심 가치다. 중요한 것은 근로조건의 유연성 확보”라고 말했다. 그는 정규직은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는 대신 근로조건을 양보하고, 이를 통해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대기업과 정규직의 생산성과 인건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동시에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 연구위원은 최근 해고 요건 완화 논란과 관련,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조차 심리적 고용 불안 의식이 상당하다”면서 “정리해고 요건 강화와 부당해고 시 원직 복직 원칙 외에 금전보상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축사를 맡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파견이나 기간제 사용에 대한 규제도 당사자들 입장에서 실질적인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정규직 직접고용으로의 전환효과를 높이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해고 요건 완화 등의 논란에 대해서는 “현저하게 성과가 낮은 경우 일단 직업훈련, 전환배치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그래도 안 되면 근로조건을 조정하는 등 고용을 유지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2016년 정년 연장 의무화를 앞두고 공공기관에 우선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촉진시키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정년 연장이 의무화되면 지금 상태로는 인건비 상승에 직면하기 때문에 임금피크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면서 “공공기관 평가에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 등을 반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 예산편성지침 등을 통해 60세 정년 연장 의무화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을 권고해 왔지만 아직까지 대상 공공기관 117곳 중 30% 수준인 36곳만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상태다.

조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