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바로크합주단을 소개할 때 붙는 수식어가 있어요. ‘우리나라 최고’입니다. 최고를 쓸 때 옆에 한자를 써야 해요. 최고(最高)가 아니라 최고(最古)거든요.”
4일 서울 중구 장충단로 서울클럽에서 열린 ‘서울바로크합주단 창단 50주년 기념 특별 기자회견’에서 김민 음악감독은 50주년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실내악단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서울바로크합주단이 내년이면 창단 50주년을 맞는다.
클래식 음악시장 규모가 작은 국내에서 사실 실내악단은 1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1965년 서울대 교수였던 고(故) 전봉초 선생이 창단한 바로크합주단은 정부의 지원 없이 민간단체로 반세기의 세월을 이어왔다. 전 선생 제자로 창단 당시 악장이었던 김 감독이 80년에 서울바로크합주단을 재조직했고 이후 450여 회에 가까운 연주를 국내·외에서 가지며 한국 실내악단의 대명사가 됐다.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서울바로크합주단의 향후 50년을 보여줄 다양한 도전을 소개했다. 일단 서울바로크합주단은 내년부터 이름을 바꾸는 작업에 들어간다. 해외에서 쓰고 있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를 공식 명칭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조윤희 이사장은 “창단 당시 바로크 시대 음악을 주로 연주했지만 요즘은 바로크 시대부터 현대 음악까지 정말 많은 종류의 음악들을 연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바로크합주단의 체질도 완전히 바꾼다. 리더 중심에서 수석 객원 지휘자 중심의 편제로 재정비한다. 현악 합주 중심의 앙상블에서 2관 편성(목관 악기 2개)의 정규 챔버 오케스트라로 개편한다.
김 감독은 “현악 합주만 했을 땐 음악감독이 이끌어 갈 수 있지만 챔버 오케스트라가 되면 지휘자가 이끌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창단 50주년 기념 콘서트도 진행한다. 런던 사우스뱅크 센터, 뉴욕 카네기홀 등 세계 주요 5대 공연장 투어에 나서 현대 음악의 걸작으로 꼽히는 알프레드 슈니트케의 ‘현악 오케스트라와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한다.
여기에 새로운 시도를 더 한다. 런던과 베를린, 뉴욕 공연에는 미국의 유명배우 존 말코비치가 연주 중간에 세계적인 작가 에르네스토 사바토의 ‘더 리포트 온 더 블라인드’를 내레이션으로 낭독한다. 이 공연은 다음 달 1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국내 팬들에게 먼저 선보인다. 김 감독은 “유네스코와 공연을 기획해온 스위스의 가트사가 존 말코비치에게 요청한 것”이라며 “출연료도 최소한으로 받는다”고 뒷얘기를 들려줬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서울바로크합주단은 한국 最古 실내악단”… 2015년 창단 50돌 특별 회견
입력 2014-12-05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