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원내)대표에게 5억원은 적은 것 아니냐.”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 활성화, 민생안정 법안 처리를 강조하고 나서 뜬금없이 이런 말을 꺼냈다.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등 이른바 ‘실세’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수억원씩 챙겼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이 원내대표가 특유의 유머를 더해 에둘러 해명하고 나선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집권당 원내대표 쪽지예산치고는 너무 적다. 약속한 대로 당 대표나 저는 쪽지를 내려보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여의도 정가에서 진실과 사실 규명은 두 달 가지 않는다. 두 달 정도는 원내대표를 할 것이니 판명이 되겠다”고도 했다.
쪽지예산은 정부 예산안과 상임위 예비심사 과정에 없던 항목이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옛 계수조정소위)에 불쑥 치고 들어와 최종 확정되는 예산이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힘의 논리’에 따라 편성되기 때문에 밀실심사, 졸속심사의 대명사처럼 여겨진다.
이 원내대표는 “이번 예산 심사에 쪽지예산은 없다. 나 자신도 부탁하지 않았다”고 밝혔었다. 스스로 한 약속을 저버린 상황이 되자 직접 마이크를 잡은 것이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서는 “내가 안 한걸 신문에서 자꾸 (했다고 하니) 우리 당 소속 의원들이 뭐라고 하겠나. 뒤꽁무니로 엉뚱한 짓 한다고 할 거 아닌가”라고 억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쪽지예산 논란이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이번엔 원내대표 임기로 불똥이 튀었다. ‘두 달 정도는 원내대표를 할 것’이란 말이 발단이 됐다. 정치권에선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중폭 이상의 개각이 단행될 것이란 관측과 함께 ‘이완구 총리설’이 유력하게 나돌던 터다.
이 원내대표는 “두 달 후면 원내대표를 안 하는 건가”라는 질문이 쏟아지자 진땀을 뺐다. “여의도 정가에서 나도는 이야기가 보통 두 달 정도면 판명이 난다는 말이다. 그게 방점이다. 왜 원내대표를 안 하나”라고 난감해했다. 급기야 “그런 식으로 자꾸 갖다 붙이면 말 못한다”고 화제를 돌렸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여의나루] “與 원내대표 쪽지예산이 고작 5억?”
입력 2014-12-05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