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의 졸속 행정으로 내년도 유치원생 모집을 둘러싸고 일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시교육청이 올해부터 도입한 ‘유치원 중복지원 제한’ 제도가 혼란의 시발점이다. 선택권이 줄었다는 학부모 불만이 치솟는 가운데 시교육청의 ‘기준 이상 중복지원 시 입학 취소’ 방침이 현실적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지역 유치원은 이날 사립유치원 ‘가’군 원생모집 추첨을 시작으로 5일(사립 나군), 10일(사립 다군, 공립 가군), 12일(공립 나군) 차례로 추첨을 실시한다. 지난해는 군별 모집 개념이 없었고 무제한 지원이 가능했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11일 “유치원 원생모집이 과열 허수 경쟁으로 혼란이 크다”면서 올해 세 차례까지만 지원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자 상당수 사립유치원이 가군에 몰려 실질적 복수지원 기회가 사라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시교육청은 이에 지난달 27일 중복지원 기회를 네 차례로 늘리겠다는 보완책을 내놨다.
하지만 집 근처에 특정 군 유치원만 있어 교육청 지침을 따르면 사실상 한 곳밖에 지원할 수 없다는 불만은 여전했다. 불안을 느낀 학부모 사이에선 기준 이상 중복지원을 해도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교육청은 가군 추첨을 하루 앞둔 3일 네 차례가 넘는 중복지원이 적발되면 유치원 입학을 취소하겠다는 공문을 각 유치원에 보냈다.
같은 날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회에서 “시교육청이 중복지원을 이유로 유치원 합격을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교육청 지침대로 지원한 학부모의 불만이 폭발했다. 한 학부모는 “원칙대로 하는 사람이 바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각 유치원에서 유아의 성명과 생년월일, 보호자 이름 등 정보를 받아 중복지원 여부를 조사하고 적발 시 입학을 취소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중복지원 시 합격 취소는 유아교육법 18조의 교육감 지도감독권에 의한 지침의 성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복지원을 100% 걸러내기 어려운 데다 소송 부담 등도 있어 실제 입학 취소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 관계자는 “내년에는 제로베이스에서 유치원 모집 방식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혼란은 시교육청이 다수의 학부모가 아닌 각 유치원의 입장만 고려해 모집 방식을 바꿨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인구 감소로 유아가 줄어드는 가운데 유치원들은 중복 합격에 따른 등록 취소와 추가 모집에 상당한 불안과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서울교육청의 졸속… 유치원 입학 대혼란
입력 2014-12-05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