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 부정수급하면 영원히 사업·지원 자격 박탈

입력 2014-12-05 02:13

전주의 버스업체 S여객 대표이사 한모(72·여)씨는 지난 4월 교통약자를 위한 초저상 버스 6대를 구입하겠다는 명목으로 전주시로부터 보조금 6억3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한씨는 초저상 버스를 구입하지 않았다. 대신 지원받은 보조금을 시내버스 제조사에 입금했다가 이를 할부 계약으로 전환해 돌려받는 식으로 보조금을 빼돌렸다. 이렇게 빼돌린 보조금은 버스 연료 충전, 직원 임금 등으로 유용됐다.

‘국고보조금=눈먼 돈’이라는 공식이 생길 만큼 심각한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실태 개선을 위해 정부가 부정수급 적발 시 영원히 보조금 사업·지원 자격을 박탈하는 등의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부정수급 적발 시 수급액의 5배를 징벌적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벌칙도 신설키로 했다. 보조금 지급 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한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도 구축할 방침이다(국민일보 11월 10일자 1·6면 보도).

정부는 4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종합대책’을 확정·발표했다. 국고보조금은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이 정부 대신 복지 등 공익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수행할 때 정부에서 보조해주는 자금으로 올해 기준으로 52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관리 허술 등으로 부정수급 등의 비리가 난무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있어 왔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이런 식으로 새어나간 국고보조금만도 311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보조금 정보를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공개할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보조금이 누구에게, 얼마나 지원되는지가 종합 관리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는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시스템을 연계하고, 내년에는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보조사업자 정보 등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의적인 부정수급에 대한 벌칙은 대폭 강화된다. 부정수급이 적발되면 받은 보조금 환수와 함께 징벌적 과징금으로 수급액의 5배가 부과된다. 특히 ‘원-스트라이크 아웃(One-Strike Out)’ 제도를 도입, 한 번만 적발돼도 보조금 사업과 지원이 영원히 금지된다. 거짓 신청 등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수급해 유죄판결을 받으면 2년간 국가 발주사업의 입찰참가 자격도 제한된다. 부정수급자는 소관 부처 홈페이지 등에 명단도 공개한다.

부정수급 사례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된다. 신고로 직접적인 국가 수입 회복이나 증대, 비용절감 등의 효과가 발생하면 20억원 한도 내에서 별도의 보상금도 추가 지급된다. 부정수급 신고는 국민권익위원회의 복지·보조금부정신고센터(전화번호 110)로 통합됐다.

보조금 사업의 실효성 등을 높이기 위해 3년에 한 번씩 사업의 지속 여부를 심사해 사업이 부적격하면 폐지하는 일몰제도 도입된다. 현재도 운영평가는 이뤄지지만 부적격 판정이 나와도 사업을 폐지할 의무는 없었다.

노형욱 기재부 재정업무관리관은 “이번 대책으로 연간 1조원 이상의 재정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세종=윤성민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