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사건을 두고 필사적인 프레임 싸움 중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사태 초기부터 문건 ‘내용’에 초점을 맞춰 비선세력의 국정농단으로 규정한 반면 새누리당은 지도부를 중심으로 문건 ‘유출’에 집중하며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이번 사건을 여야가 부르는 이름부터 다르다.
새정치연합은 일찌감치 이 사건을 ‘십상시(十常侍) 게이트’ ‘정윤회 게이트’로 명명한 상태다. 사건 조사를 위해 당에 만든 기구 이름도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이다. 당은 4일 국회에 ‘정윤회 게이트와 청와대 비서진 국회위증 진상조사를 위한 국회 운영위 개회 요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정씨와 청와대 문고리 권력의 국정농단으로 국민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통령이 문건 유출을 국기문란이라고 규정했지만 1월에 유출된 문건이 비서실장에게 5∼6월쯤에야 보고되고, 그 이후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며 “문건 유출이 국기문란이기보다는 비선들의 국정농단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검찰 수사가 문건 유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우려한다. 조사단장인 박범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마치 검찰이 유출 경위를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 정말 전광석화처럼 발 빠르게 물 흐르듯 거침없이 수사하고 있다”며 “문건의 진위에 대한 수사도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대단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사건 초반 청와대 내부 문건이 유출된 경위에 화력을 집중했다. 사건에 대해서도 ‘청와대 문건 유출’이라고 명명했다. “증권가에나 돌아다니는 정보지 수준 풍설을 정리한 것(이장우 원내대변인)”이라며 문건 유출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또 야당의 의혹 제기에는 “정치적 공세에서 벗어나 사법 당국의 수사를 기다려주길 바란다(지난달 30일 김영우 대변인)”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엔 기류가 좀 달라졌다. 당 지도부는 이 사건에 대해 입을 닫았고, 친박(친박근혜)과 친이(친이명박)의 의견이 엇갈리는 등 뒤숭숭한 모습이다.
김무성 대표는 공식석상에서 정씨 사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 문건 의혹이 국정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고 한 게 마지막이었다. 문건에 등장하는 인사들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쟁적으로 폭로전을 펼치고,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세지는 상황에서 섣불리 이야기를 꺼냈다가 논란만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내 계파별로도 이번 사건에 대한 시각이 점차 나뉘는 모습이다. 친박 주류인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직 비서들이 나와서 근거도 없는 이야기를 쏟아내는 바람에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친이 의원들은 청와대의 의사결정 과정을 비판하면서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주류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여야의 여론전에 국민은 아직까지는 야당 주장에 더 공감하는 듯하다. 지난 1일 내일신문 여론조사 결과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 ‘사실일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5.8%로 ‘아닐 것’(26.1%)보다 배 이상 많았다.
임성수 권지혜 기자 joylss@kmib.co.kr
[기획] 여론몰이 싸움… 與 “국기문란” 野 “국정농단”
입력 2014-12-05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