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법사위, ‘관피아’ 척결에 딴죽 걸지 말라

입력 2014-12-05 02:42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3일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을 강화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처리를 보류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민관유착의 대명사인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일명 ‘관피아 방지법’에 대해 법사위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법안은 법사위에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직업 선택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함에 따라 심사소위로 회부됐다. 법사위는 5일 소위에서 재논의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정기국회 내 처리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개정안 골자는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2급 이상 고위직에 대한 업무관련성 판단 기준을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에서 ‘기관의 업무’로 확대한 것이다. 특히 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 자격증 소지자의 경우에도 재산등록 의무자인 고위 공무원 및 공공기관 임직원은 취업심사를 받도록 했다. 이에 따라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 고위 법관이나 검사장급 이상 고위 검사들이 퇴직하면 3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현행법은 ‘사(士)’자 돌림 전문직의 경우 예외 규정을 뒀으나 개정안에선 이를 삭제해 퇴직 후 로펌 취업 등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법사위가 제동을 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변호사 출신이 다수인 법사위원들이 직역(특정 직업의 영역) 이기주의에 함몰돼 고질적 관행인 전관예우 등 법조계 특권을 유지토록 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이런 문제가 나올 때마다 법사위에선 줄곧 헌법상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를 내세워왔다. 말인즉슨 그럴 듯하나 표면적 이유일 뿐이다. 속내는 제 식구를 감싸고 밥그릇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관피아 척결이 국민적 염원이 담긴 시대적 과제인데도 법사위가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관피아와 마찬가지로 ‘법(法)피아’ ‘세(稅)피아’ 등도 사라져야 한다. 당초 정부안보다 국회의 개정안이 더욱 강화된 이유도 끼리끼리 서로 봐주는 민관유착의 부조리 등 적폐를 뿌리 뽑기 위해서다.

게다가 그간 논란이 돼 온 현행법의 퇴직 공직자 취업 제한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직무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는 게 헌재의 결정 요지다. 개정안은 현행법과는 내용이 조금 다르지만 헌재의 결정 취지가 동일하게 적용된다면 문제가 될 수 없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최대 5년까지 재취업을 금지한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 법사위는 개정안을 원안대로 의결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