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의 한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음식 준비에 분주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냄비에서는 콩나물국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고 커다란 그릇들에는 제육볶음 배추김치 깍두기 잡채 같은 반찬이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
조리에 여념이 없는 이들은 경기도 고양 샘솟는교회 목회자와 성도들, 자원봉사에 나선 감신대 총학생회 학생들이었다. 낮 12시가 가까워지자 강의실은 점심을 먹으러 온 학생 50여명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은 뷔페식으로 차려진 음식을 접시에 양껏 담았다. 약 20명만 앉을 수 있는 강의실이 좁아 나머지 학생들은 접시를 들고 옆 교실로 이동해 밥을 먹었다.
행사 이름은 ‘도시락&토크’였다. 도시락&토크는 박인성(51) 샘솟는교회 목사가 지난 2월부터 감신대 총학생회와 함께 화요일마다 진행 중인 ‘무료 급식’ 프로그램이다.
“2010년 감신대에 입학한 큰아들이 어느 날 말했어요. ‘아버지, 점심 사 먹을 돈이 없어 도시락을 싸오는 친구들이 많아요.’ 생각해 보니 지방에서 올라온 신학생 중엔 형편이 여의치 않은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자녀가 많을 것 같더군요. 이듬해부터 아내와 함께 틈틈이 아들 친구들 도시락을 싸줬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급식 형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고요.”
도시락&토크는 식사만 하는 행사가 아니다. 박 목사와 친분이 있는 목회자나 성도들이 방문해 학생들을 상대로 신앙 상담도 진행한다. 이날 행사엔 기독교대한감리회 농촌선교훈련원 원장인 차홍도 목사가 참석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박 목사가 2007년 개척한 샘솟는교회는 성도가 10명도 안 되는 미자립교회다. 이경숙(51) 사모는 “돈이 없어 ‘고급’ 반찬을 준비할 순 없지만 최대한 좋은 재료만 쓰려고 노력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봉사를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이 많다는 걸 절감하고 있습니다. 매주 50인분 식사를 준비하는데 매번 밥이 모자라요. 소문이 나면서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이 몰리기 때문이죠. 오늘도 밥이 모자라 즉석밥 5개를 급하게 데워서 애들에게 주었어요.”
샘솟는교회는 지난 9월부터는 매주 목요일 연세대에서도 같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 목사는 “다른 교회들과 연대한다면 이 같은 사역을 더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손을 도와주는 분, 물질적인 지원을 해주는 분, 저희의 사역을 응원하며 기도해주는 분…. 내년에는 이처럼 저희와 뜻을 함께 하는 동역자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점심값 버거운 신학생 위한 미자립교회 목사님의 도시락 & 토크
입력 2014-12-05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