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중학교 2학년이었던 여자 아이는 어느 날 우연히 비디오테이프 하나를 봤다. 화면에 나온 건 외국 가수들의 콘서트 모습. 피아니스트를 만들겠다는 부모님 덕에 초등학교 때부터 얌전히 피아노 건반만 두드리던 아이의 시선을 끈 건 드러머였다. 북을 두드리는 모습에 문화적 충격을 받았고 그해 겨울 방학, 부모님 몰래 서울 상계동 집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을 달려 무료로 드럼을 배울 수 있는 을지로의 한 문화센터로 달려갔다.
김미소(33)가 국내 유일의 여성 타악솔리스트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출발점이었다.
타악 연주자로 이름을 알린 김미소가 지난 1일 자신의 첫 싱글 앨범 ‘스프링비트(Spring Beat)’를 발표했다. 그녀에게 4일 음원을 낸 이유를 들어봤다. 김미소는 2006년부터 우리나라 전통북과 서양 드럼을 조합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나 아시아 국가가 전통북을 개조해 연주하고 있어요. 그들의 공연을 보면서 저도 다양한 방식으로 연주하며 완벽한 조합을 찾기 위해 노력했어요. 물론 지금도 완벽한 건 아니니 계속 찾아야죠.”
사람들도 기대감보다 의심이 많았다. 김미소는 “무대에 올라온 깡마른 여자가 파워풀하게 연주하니 다들 좋아했다”고 말했다. 실력을 인정받은 그녀는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터키 세계공항협의회 시상식 등에 초청됐고 광저우아시안게임 폐막식 무대에도 올랐다. 일본 중국 태국 독일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브라질 등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단독 또는 협연 형태로 공연도 가졌다.
그렇게 타악기만 두드리던 그녀가 이번에 타악 연주를 위한 연주곡을 내놓은 것이다. “실용음악을 전공해 늘 곡을 써 왔으니 음원 발표는 오히려 늦은 편이에요. 작사와 편곡, 내레이션은 제가 직접 맡았고 작곡은 작곡가 소울스펀지(Soulspounge)와 공동으로 했습니다.”
앨범에선 봄의 여신으로 표현된 김미소가 크고 작은 6개의 스틱을 한꺼번에 쥐고 북 가죽과 몸통, 테두리를 동시에 연주해 만들어 내는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봄에 느낄 수 있는 대지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오듯 힘든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오잖아요. 북과 함께 표현하는 이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이 따듯해졌으면 했어요.”
김미소는 2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SJA홀에서 지인과 팬들에게 앨범을 알리는 쇼케이스를 가질 예정이다. 내년 봄 해외 공연도 추진하고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타악 아티스트 김미소 “북과 드럼으로 ‘봄의 희망’을 노래했어요”
입력 2014-12-05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