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인질 마케팅

입력 2014-12-05 02:10

질문 하나. 감자칩, 밤고구마, 캔맥주, 쌀, 펜션을 모두 아우르는 말은 뭘까. 요즘 유행하는 어휘다. 금방 맥락을 이해했다면 분명 젊은 세대거나 혹 나이는 들었어도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인물이다. 답은 ‘인질 마케팅’이다. 지난 8월 출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해태제과 감자 스낵인 허니버터칩(60g·3000원) 이야기다. 과자의 인기가 치솟아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판매점들이 밤고구마와 캔맥주, 쌀에 허니버터칩을 끼워 판다는 것을 빗댄 것이다. 허니버터칩이 인질이고 밤고구마 등이 몸값인 셈이다. 몸값의 대상에 펜션도 등장했다. 펜션을 예약하면 과자를 준다. 섬뜩한 범죄 용어가 과자와 결합해 얼마 전부터 SNS와 인터넷을 도배했다. 급기야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섰다. 정재찬 공정위원장 내정자는 지난 2일 국회에서 끼워팔기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초절정 인기를 나타내는 극명한 사례는 연예인 진상품(?)이다. 아이돌을 위한 요즘 최고의 선물 중 하나가 허니버터칩이다.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는 판매가의 2∼3배 가격에 암거래까지 되고 있다.

괴담도 떠돈다. 입맛을 끌기 위해 마약을 넣었다거나 일본 우익의 자금이 유입돼 수익금이 그쪽으로 빠져나간다고도 한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수십년간 연구한 제조법을 넘겼다는 ‘창조경제설’, 제과업계가 질소과자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작전을 짰다는 ‘물타기설’까지 나돈다.

허니버터칩 성공의 비결은 기존의 감자칩과는 확연히 다른 맛이다. 이름에 걸맞게 달콤하면서 고소한 버터향이 가득하다고 한다. 감자 스낵이라면 당연히 짭조름한 맛이라는 발상을 뒤집었다. ‘혁신적 파괴’를 상징하는 기업가 정신이 제품에 녹아 있다. 제과업계가 주목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차별화된 제품 개발보다는 인기 품목을 베끼며 광고와 마케팅으로 승부해 온 업계에 각성을 촉구했다. 허니버터칩은 생산 시작 3개월여 만에 동종 1위 제품의 매출액과 맞먹을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 경제 전반에 제2, 제3의 허니버터칩이 절실하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