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광야의 외치는 소리

입력 2014-12-05 02:50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성탄 전 4주를 교회는 대림절기로 지냅니다. 어떤 마음으로 주님을 맞이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될까요.

대림절이 되면 세례 요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한은 제사장의 아들로서 화려한 도시를 떠나 유대 광야를 삶의 터전으로 선택합니다. 도시는 풍요로움과 안전이 보장되지만 광야는 모든 것이 결핍된 땅입니다. 요한은 왜 유대 광야를 선택했을까요. 광야는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이는 살 수 없는 땅입니다. 광야에서는 살아 있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요, 숨 쉬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사랑인 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침에 내리는 이슬 한 방울에 깊은 감사의 탄성이 터져 나오고 하늘에 떠 있는 구름 한 조각에 의지해 뜨거운 햇볕을 피하면서 하늘을 우러러 찬양할 수 있는 곳입니다. 모세도, 주님도, 바울도 광야를 통과했습니다. 이처럼 광야는 텅 빈 들판과 같지만 영적 풍요로움이 있는 곳입니다. 요한은 도시의 화려한 불빛보다 불빛에 가려진 어둠을 보았던 것입니다. 유대 광야에서 세례 요한이 외친 말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였습니다. 예수님이 오시기 전의 모습은 회개가 필요한 시대였습니다. 요한은 황량한 빈 들에서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며 도시문명을 향해 회개를 외쳤습니다. 우리가 도시문명 속에서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요.

오늘 본문은 이사야 선지자의 말씀을 인용해 외치고 있습니다. 이사야서 40장에서 이사야는 여호와의 길, 주님이 오실 길, 하나님 나라에 이르는 걸림돌을 골짜기와 언덕이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삶에는 수많은 상처와 골짜기가 생겨납니다. 골짜기 때문에 아파하고 고통 가운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전쟁과 미움으로 깊게 드리워진 골짜기가 존재합니다. 분단이라는 골짜기입니다. 세월호 가족들의 가슴을 찢고 생겨난 골짜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가족들의 눈물로 생긴 골짜기 등 우리 주변에는 많은 골짜기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골짜기를 돋우어 깊게 난 상처들을 싸매고 보듬지 않고는 주님을 맞이할 수 없습니다. 대림절 기간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골짜기들을 돋우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이사야는 산과 언덕도 낮아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산과 언덕을 낮춰 평지가 되지 않고는 주님을 만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 앞에는 산이 생겨나고 언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성서는 이것을 교만이라고 말합니다. 바벨을 쌓았던 인간의 교만은 오늘도 우리 안에 존재합니다. 교만으로 만들어진 산을 무너뜨리고 언덕을 깎아 내리지 않고는 주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산을 깎아내는 수고와 헌신, 골짜기를 돋우고 채우는 고통스러운 연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요한은 황량한 광야에 서서 높은 탑을 세우고 화려한 불빛으로 치장한 도시의 골짜기와 언덕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골짜기에 묻히고 언덕에 가려져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이사야가 꿈꾼 새로운 미래를 요한은 꿈꾸고 있습니다.

대림절에 우리가 꿈꾸고 노래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우리 안에 생겨난 골짜기들을 돋우고 산을 깎아 내는 소리가 들려올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주님을 희망으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이미 너희 안에 있다는 주님의 음성을 듣게 될 것입니다.

나핵집 목사(서울 열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