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아줌마의 목소리

입력 2014-12-06 02:47
마음이 편안하지 않을 때 나는 아줌마에게 전화를 한다. 아줌마는 나의 외가쪽 친척이다. 아줌마는 언제나 내 이름을 부르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특유의 잔잔하고 따뜻한 음성이다. 어려서부터 들어왔던 아줌마의 굴곡 없는 목소리는 이상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나는 한 번도 아줌마의 음성이 높아지거나 낮게 깔리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언제나 어떤 상항에서나 아줌마의 목소리는 고저가 없이 편안하다. 나는 늘 한결같은 아줌마의 음성을 들으면서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람의 목소리란 감정의 기폭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데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화가 날 때나 언제나 같은 소리를 내는 아줌마의 웃음과 목소리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줌마는 편안한 삶을 사신 분이 아니다. 곱게 자라 어린 나이에 시집가서 온갖 고생을 다 하신 분이다. 남편은 공무원으로 사람은 좋았지만 집보다 사람들과 술을 더 좋아해서 월급을 제대로 가져다주지 않았다. 일찍 홀로 되신 시아버지는 그 당시 외국 유학을 했던 인물이 빼어난 분으로 하얀 백구두를 신고 외출을 하면 여자들이 줄을 이었다고 했다. 시아버지가 밖에서 낳아온 시동생을 아줌마는 자신의 큰아들과 함께 젖을 물러 키웠다. 아들 삼형제 딸 둘, 그리고 시동생 셋을 아줌마가 키워 결혼시켰다. ‘내 이야기는 책으로 써도 몇 권은 나올 것’이라며 아줌마는 웃곤 했다. 아줌마가 노년에 가장 친하게 지낸 분은 한 살 차이 나는 시아버지가 노년에 정착한 젊은 시어머니였다. 두 분은 만날 때마다 험난했던 옛이야기를 재미있다는 듯 웃으면서 하곤 했다. 두 분은 늦게 주님을 영접하고 권사로 사는 것을 행복해했다. 기도하고, 교회에서 김장하고 장 담그고, 전도하고 사시게 된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다. 나는 아줌마가 누구를 탓하거나 불평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언제나 같은 잔잔한 웃음과 목소리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하시다. 마음이 산란할 때 나는 아줌마에게 전화를 한다. 아줌마의 목소리는 자장가소리처럼 나의 마음의 풍랑을 다독인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