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구의 3%에 불과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강원도는 조용하지만 골치 아픈 현안이 적지 않다. 가장 큰 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강원도의 살림을 고갈시키는 애물단지가 되느냐, 강원도의 도약을 이끄는 효자가 되느냐 기로에 서 있다. 앞으로 3년 후면 성적표가 나온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도의 살림살이를 어떻게 꾸려갈지 걱정이 적지 않은 듯했다. 그래도 특유의 소탈함은 그대로였다. 며칠 전 강원도청 집무실에서 그를 만나 여러 얘기를 들어봤다.
-가장 큰 걱정이 동계올림픽일 텐데, 준비는 잘되고 있나.
“소치 동계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이 끝나면서 대형 스포츠 행사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이 늘어난 것 같다. 그러나 강원도는 올림픽 총투자비용이 1조2500억원이다. 아시안게임이 2조5000억원, 소치는 경기장 건설비용까지 해서 60조가 들었다. 소치와 비교해 50분의 1 정도로 치르는 것이다. 오히려 너무 왜소하고 초라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강원도는 처음부터 ‘지역발전, 국가발전과 함께하는 올림픽’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경기장을 처음 지을 때부터 재활용을 생각하고 있다. 개·폐막식장은 설계단계부터 ‘안티에이징 콤플렉스’로 지어 올림픽 후 항노화 산업을 이끌어가는 호텔로 바꾸려고 한다. 항노화 산업은 줄기세포, 건강, 약용, 마사지 등을 활용해 아름답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 도움을 주는 산업의 한 분야다. 만약 사업 추진이 잘 안 되면 헐어버린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삼척원전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한데.
“청정지역인 강원도는 그동안 환경보전지역으로 묶여 개발을 하지 못했고 군사시설 보호구역이 많아 공장 하나도 들어오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는 환경으로 먹고살려고 하는데 느닷없이 원전이 들어오려고 하니 아주 황당한 일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강원도는 개발도 못했는데 이게 도대체 뭐냐는 게 지역 정서다. 나도 반대다. 수자원보호구역, 군사보호구역 등을 다 풀어서 강원도를 다른 지역처럼 전부 개발할 수 있도록 해주면 찬성하겠다. 강원도는 관광을 통해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게 낫다.”
-양양공항이 흑자가 났는데, 도의회에서 예산을 깎았다.
“예산이 삭감돼 많이 아쉽다. 양양공항은 초기 지원금이 들어가지만 2∼3년이 지나고 정기노선이 되면 스스로 잘 굴러간다. 현재는 지원이 필요한데 도의회와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다. 2009년 BBC가 취재해 양양공항을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공항’이라고 낙인찍기도 했다. 그해 외국인 관광객이 딱 제로였다. 이후 항공 보조금을 주면서 투자를 하니 이용객이 크게 늘었다. 올해는 중국 도시와 양양을 잇는 노선이 22개이고, 내년에는 35개로 늘어난다. 중국 전역을 거의 다 가는 셈이다. 그런데 아직 관광지에서 말도 안 통하고, 중국어로 된 표지판이 하나도 없다. 중국 관광객들이 강원도에 머물지 못하고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어 대책을 마련 중이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오래돼 타격이 클 텐데 어느 정도인가.
“타격이 너무 크고 아주 심각하다. 고성은 폐허가 되다시피 하다. 예전에 금강산 관광을 할 때 고성지역에서 1박을 하고 가니까 사람들을 많이 끌어들였다. 당시에 지역 주민은 돈이 없으니 빚을 얻어서 여관, 건어물, 기념품관을 지었는데 갑자기 관광객이 뚝 끊기니 빚더미에 앉았다. 가장들은 야반도주하고 가정도 해체돼 그 일대에 고아가 많이 생기면서 조손가정이 늘어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고성 주민들이 먹고살 길이 없으니 공사판에 다니는 등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강산 관광은 지금 정세와 상관없이 무조건 재개해야 한다. 우선 열고 봐야 하지 않겠나.”
-고교 무상급식은 예산이 삭감돼 하기 어려운 거 아닌가.
“고교 무상급식 예산이 도의회에서 삭감돼 아쉽다. 2015년도부터 고등학교 3학년부터 무상급식을 하기로 했는데 도에서 나가는 예산이 25억원이다. 액수로 보면 아주 적다. 교육청과 합의했는데 도의회를 통과 못했다. 강원도는 재정자립도가 제일 낮지만 수도권과 달리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무상급식에 관한한 수도권과 우리는 처지가 다르다. 우리는 학생들이 외지로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급식에 지역 농산물을 쓰도록 하니까 지역 내에서 완전히 그 돈이 돌고, 밖으로 유출되지 않는다. 농민과 학생, 학부모도 좋아하는 정책인데 안타깝다.”
-국회의원을 했었는데, 지금 국회에 대한 평가는.
“국회에 들어가 보니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 노사관계보다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동서남북 상하좌우의 갈등이 국회에 다 모여 있다. 통합된 힘을 낼 수도 없고 이종격투기장이 돼 버린 것이다. 지금 이 제도로는 해법이 없다. 검사장 출신, 법원장 출신들이 엎어치기 하고 팔 꺾고, 이단옆차기 하고 그렇지 않느냐. 미국의 경우 대통령과 부통령, 상하 양원이 있고 지역 분권이 잘돼 있다. 우리처럼 단일하게 맞닥뜨리는 데가 없다.
-개헌을 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하는 게 맞다고 보나.
“헌법은 한 국가의 기본정신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체제나 헌법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제7공화국이 필요하다.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수립된 제6공화국은 수명이 다됐다고 본다. 시대에 맞지 않는 옷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제7공화국은 인간의 존엄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 복지국가가 그 모습이다. 거기에 자치 분권 국가를 지향하는 양원제, 통일국가를 위한 남북 경제 공동체, 그리고 대통령 연임제 또는 대통령 권한 축소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지금의 선거제도도 지역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을 포함해야 한다.
우리는 헌법 개정, 개헌을 심리적으로 굉장히 두려워하는데 개헌은 새로운 정부를 만들자는 게 아니다. 시대에 맞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미래를 열어가자는 것이다. 지금 시대에 헌법이 걸림돌이 된다면,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꼭 개헌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데스크 직격 인터뷰] “평창동계올림픽, 너무 초라하지 않을까 걱정”
입력 2014-12-05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