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더미를 가득 실은 25t 덤프트럭이 잇달아 언덕길을 올라갔다. 길이가 9m 가까이 되는 트럭들은 언덕 사거리에서 일단 멈췄다가 후진과 전진을 거듭하며 우회전했다. 굉음을 내며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는 트럭에서는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트럭들이 잇달아 밟고 지나간 사거리 아스팔트는 웅덩이처럼 푹 꺼져 있었고 위로는 새카만 바퀴 자국이 길게 남아 있었다.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기숙사 신축 현장 인근 풍경이다. 이화여대가 기숙사 신축 공사를 시작한 뒤 교내 도로 곳곳이 파이거나 갈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주로 가스관을 묻고 새로 덮은 아스팔트가 트럭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침하와 균열은 공사 현장 인근에서 두드러졌다. 기숙사와 법학관 사이 언덕 사거리에서 시작한 도로 침하는 트럭들이 우회전한 오르막을 따라 90m가량 이어졌다. 폭 8m 안팎의 도로는 오른쪽 가장자리가 보통 4∼5㎝, 깊게는 10여㎝ 꺼져 있었다. 성인 발목을 넘어서는 깊이다.
1m 너비로 내려앉은 도로는 돌무더기라도 덮어놓은 것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기존 아스팔트를 일정 너비로 잘라 안쪽을 파낸 뒤 다시 포장한 부분이다. 이 아래 약 1m 깊이로 가스관이 묻혀 있다. 학교 측은 2005년 12월 법과대학을 증축하면서 가스관을 새로 매설했다.
도로는 덤프트럭이 다니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 이후 10여일 만에 내려앉았다고 현장 관계자와 학생들은 전했다. 학교 측도 인정했다. 현장 관계자는 “크고 무거운 트럭은 오르막에서 헛바퀴를 돈다”며 “이러면 상당한 열이 발생해 도로 침하가 심해지고 가스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시공사 측도 “위험한 상황인 건 맞다”고 인정했다.
학교 측은 침하된 도로로 트럭이 다니지 못하게 조치했다고 설명했지만 기숙사 인근 사거리에서는 거의 모든 트럭이 침하된 부분을 밟고 지나가고 있었다. 기숙사 신축 현장에서 흙을 싣고 나와 언덕을 오르는 트럭은 하루 150대 정도다.
도로 침하가 심해지면 그 아래 매설된 가스관이 파손돼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학생과 교직원들이 걸어 다니는 길이기도 하다. 서울도시가스 관계자는 “지난달 가스 누출 여부를 점검했을 때까진 이상이 없었다”며 “가스관 파손이든 도로 침하든 복구 책임은 학교 측에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도로 침하 사실을 알고도 보수를 미루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포장은 기숙사 공사를 안 하는 일요일만 가능한데 지난달 23일 하려다 비가 와서 1주일 밀렸고 30일에는 입시 때문에 다시 오는 7일로 미뤘다”고 설명했다. 모 건설사 관계자는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데 포장공사를 먼저 하지 않는 걸 보면 학교와 시공사가 공사를 서두른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지금 이화여대는 기숙사 신축에 반대하는 인근 하숙집 주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화여대 교내 도로는 가스관 매설 부분 말고도 곳곳이 훼손된 상태다. 학교 관계자는 “싱크홀처럼 파인 데도 있다. 본관 앞도 덤프트럭이 자주 다녀 많이 파였다”고 전했다. 교내 도로는 아스팔트 두께가 일반 도로보다 얇아 무거운 차량의 반복 운행을 견디지 못한 것 같다는 게 이화여대 시설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학교 측은 터파기 공사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덤프트럭이 다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단독] 이대, 교내 가스관 묻힌 도로 곳곳 침하… 가스관 파손땐 큰 사고 우려
입력 2014-12-04 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