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윤회 문건’ 파문] “다른 사람들이 내 문서 들고 다녀”… 박관천, 2014년 초 이중희 등에 보고

입력 2014-12-04 03:29 수정 2014-12-04 09:37
검찰 수사관들이 3일 중구 예장동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을 압수수색한 뒤 상자 가득 압수품을 담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의 근무지 등 6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내 문서를 다른 사람들이 들고 다닙니다.”

복수의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 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내부감찰팀장으로 일했던 박관천(48) 경정은 조응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에게 이렇게 주장했다. 이중희 민정비서관도 찾아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당시 박 경정은 한 검찰 수사관이 자기가 작성한 보고서 원본과 같은 보고서를 들고 다닌다는 사실도 전해 들었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경찰 내부에서도 유통됐다.

반면 청와대는 박 경정이 문서를 유출했다고 본다. 지난 2월 인사 당시 그가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장에 발령될 것으로 짐작해 미리 정보1분실에 자료를 옮겨 놓았고, 다른 경찰들이 이를 복사해 외부로 유출했다는 판단이다. 3일 검찰이 1분실에 근무하는 경찰관 3명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어느 쪽의 주장이 맞든 의문은 남는다. 청와대 내부 보고서가 어떻게 ‘찌라시’처럼 이곳저곳 나돌게 됐을까.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청와대 내부에서 만들어진 문서는 상부에 보고되면 폐기 과정까지 모두 추적된다. 참고·보고·메모 등 문서의 양식과는 상관이 없다. 이를 파일 형태로 외부로 갖고 나가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제는 출력됐을 때다. 이를 출력한 사실은 로그 기록이 남지만 이후 출력한 문서를 복사하거나 사진으로 찍어 빼돌리는 건 막기 어렵다. 이런 행위는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기술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고 한다. 청와대에서 한 번 ‘생산’된 보고서는 주로 정부 고위급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일단 밖으로 나가면 수사기관이나 기업, 정보지 등에서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청와대 출신의 한 인사는 “아무리 완벽한 보안장치도 출력된 문서를 사람이 외부로 유출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며 “서류를 들고 나오지 않더라도 사진을 찍어 카카오톡 메신저 등으로 보내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박 경정이 작심하고 유출한 것인지, 동료의 도움을 받아 빼돌렸는지, 제삼자가 훔치거나 촬영해 유출했는지 확인하는 건 결국 검찰 몫이 됐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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