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예산안 숙제를 마친 정치권이 숨 돌릴 틈도 없이 ‘입법전쟁’에 돌입했다. 여당은 공무원연금·공기업·규제 등 3대 개혁안과 경제 활성화 및 민생 법안을 오는 9일 종료되는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하기 위해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경제 관련 법안 상당수를 ‘가짜 민생법안’으로 규정하고 저지한다는 방침이어서 연말 정국에 전운이 감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공기업 개혁, 규제 개혁 등 3대 개혁은 물론 민생 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30개 법안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지난 11월 28일 여야 합의에 따라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한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정책위의장도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중요 법안 209건을 포함해 8일까지 300여건이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야 합의 정신을 살려 해당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협조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여야는 지난달 “쟁점이 없는 법안은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문제는 새누리당의 핵심 법안들이 모두 야당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사회적 협의체 구성 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경제 활성화 법안 상당수가 가짜 민생법안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오히려 이들 법안을 제쳐놓고 최저임금 인상, 전·월세 상한제 도입, 간병비 부담 완화,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과 관련된 법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일명 ‘김영란법’(공직자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법)도 적용 범위 등을 두고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정기국회 처리가 물 건너갔다. 새정치연합은 부동산 관련법도 당 차원에서 추진키로 해 여당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새정치연합은 예산 정국 때 불리하게 작용했던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이 입법 과정에서 ‘우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당이 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단독으로 법안을 본회의에 올릴 수 없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이 여의도 정가를 덮친 것도 변수다. 국회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외교통일위, 기획재정위 등 8개 상임위가 가동돼 법안 심사를 벌였다, 그러나 교문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전체회의가 개회되자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상대로 정씨 딸의 승마 국가대표 선발 관련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은 “지난해 정씨 딸이 준우승했다고 점수를 낮게 준 심판이 경북 상주경찰서에 줄줄이 끌려갔다. 형사들도 자기들이 조사를 왜 하는지 모르고, 위에서 시키니 한다고 했다”며 “위는 청와대이며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이라고 주장했다.
정씨 의혹은 법사위 전체회의에도 등장했다. 새정치연합 서영교 의원은 이병기 국정원장을 상대로 “청와대 1급이던 국장이 1주일 만에 자리를 옮겼다”며 “그 뒤엔 국민의 관심사인 정윤회씨, 청와대 입김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답을 요구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예산정국 넘자마자 ‘입법전쟁’… 공수 바뀐 여야
입력 2014-12-04 0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