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은퇴 후 오른 지리산… 비로소 삶을 돌아보다

입력 2014-12-05 02:21

퇴직 기자의 지리산 일기. 은퇴 후에 비로소 삶을 바라보게 된 중년 남자의 짧고 사색적인 글들이 펼쳐진다.

“나는 그동안 도대체 무엇을 좇아서 살아온 것일까. 대체로 하루하루 열심히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았다고 하더라도,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무엇을 하려고 그리했던 것일까.”

저자는 이 질문을 거듭한다. 지리산에서 혼자 머물면서 자신의 마음을 반복해서 바라보고 그 안에 있는 또 하나의 나, 낯선 나와 대화한 얘기를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가끔 도구를 사용하다 보면, 그 감칠맛이 새롭고 쏠쏠하다. 각종 허드렛일은 무슨 고급 지능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서 머리보다는 몸이 익혀가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러다 보니 단순함의 가치에 다가선다. 이 또한 좋은 배움이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산속 생활을 하게 되면서 처음 알게 된 여러 즐거움과 배움, 신체 변화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20년 넘게 오가며 만난 아름답고 때론 찡한 인연들도 소개한다. MBC 후배였던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은 ‘추천의 글’에서 “그는 글에서 ‘안에서 그 무엇에도 휩쓸리지 않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자’가 있다고 고백한다. 나는 그것이 구 선배의 참모습이라고 믿는다”고 썼다.

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