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President, 무바라크 물러가라!” “우리에겐 새로운 이집트가 필요하다!”
2011년 2월 인파가 운집한 티흐리르 광장(Midaan it-Tahriir)과 주변 지역은 새 시대를 갈망하는 민중의 소리로 요동쳤다. 시위대들은 여행자들에게 밝은 모습으로 손을 흔들고 같이 사진도 찍었다. 잔뜩 흥이 난 일부는 포즈 중에 어깨동무를 하거나 브이(V)자를 그리기도 한다. 여성들도 예외는 아니다. 차도르 속에 진한 화장과 선글라스로 대변되는 개방적인 젊은 이집트 여성들은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외국 여행자와도 스스럼없이 대화한다. 악수나 포옹 등 가벼운 신체접촉에 대한 거부반응도 없다. 다양한 문화가 혼재하는 관광 수도 카이로에선 아랍인들의 엄격한 무슬림 문화가 생각만큼 강요되지 않는다.
나는 독일인 조지, 일본인 사이토, 영국에서 온 윌리엄과 함께 저녁 산책을 나섰다. 카이로의 주요 도로인 람세스 거리 근처 나세르 시장에 숙소가 위치해 있다. 우리는 숙소 앞 수크 타우피케야 거리(Suuq it- tawfiqiiya)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무바라크 독재 정권 물러가라! 알라의 은총이 이집트에 임하기를!”
시위대 목소리가 차츰 거칠고 커져갔다. 상황을 인식한 경찰들도 복장을 착용하고 열을 갖추니 긴장감이 고조된다. 별일 아니겠거니 조지와 계속 잡담을 나누며 추이를 지켜보았다. 그때였다. 점점 격해지던 군중이 폭발한 듯 일제히 함성을 질러댔다.
“타흐리르 광장 쪽은 난리가 났어. 시위대와 경찰이 극심하게 충돌하고 있어. 차가 불타고, 최루탄이 터지고 있다니깐. 시위대가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고 있어. 상황이 위험해 우리도 빠져나왔지 뭐야.”
잠시 흩어져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시내에서 구경하다 헐레벌떡 뛰어온 사이토와 윌리엄이 최신 속보를 전해왔다. 시위대가 경찰들이 강력하게 부딪히기 시작했단다.
“사람이 쓰러졌다!”
어디선가 들리는 이 한마디에 일대가 혼란에 빠졌다. 영문 모를 한 여성이 들것에 실려 나가고 있었다. 사방에서 돌들이 날아왔다. 경찰들도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기 시작했다. 게다가 차량은 부서지고 건물은 화염에 휩싸였다. 정신이 없었다. 불과 몇 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저 사람들은 위험을 피해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외국인 신분이라 보호받은 나는 보석 상점 안에서 시위대들과 흥분을 가라앉히며 뉴스를 시청했다. 공식적으로 이미 18명이 사망했다는 속보가 뜬다. 그때 돌연 화면이 꺼져버렸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해졌네. 인터넷과 전화를 모두 끊겼네. 정부에서 막았다고 하더군.”
오후에 들어간 숙소 주인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볼멘소리를 내뱉는다. 저녁이 깊어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었다. 아마도 공포탄으로 추정되는 총소리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밤 10시가 넘어서자 비로소 시위대의 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음 날 시민들의 목숨을 건 이집트 민주화 시위는 거대한 물결을 이루었다.
사회개혁을 위한 하나님의 신실하신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니 단순히 무슬림 땅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무관심하기보다 이곳에 하나님의 공의가 임하기를 기도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마땅한 자세다. 하나님의 일하심은 예배당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기도하는 자들의 진심과 전심을 통해 당신의 영광을 선포하는 역사를 이루신다. 비주류로 핍박 받는 이집트 콥트 교회들도 기도의 자리에 나왔다. 외국 크리스천들도 주님 앞에 두 손과 마음을 모았다. 힘없는 시민을 지키는 민주화는 그렇게 이 땅에 그리스도의 공의와 사랑을 소망하는 이들의 기도가 밑받침이 되었다.
문종성(작가·vision-mate@hanmail.net)
[문종성의 가스펠 로드] (34) 하나님의 공의가 필요할 때 - 이집트 카이로 시위 현장에서
입력 2014-12-06 02:49 수정 2014-12-06 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