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족’이 지구촌 소비 시장의 대세로 떠올랐다.
한국IBM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 추수감사절(11월 27일) 당일 전체 온라인 거래량 중 모바일 거래량은 52.1%를 차지했다. 처음으로 모바일 기기가 PC를 통한 온라인 구매를 넘어섰다. 블랙 프라이데이 모바일 거래량은 전년 대비 25% 증가해 전체 온라인 거래량 중 49.6%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소셜 커머스 쿠팡의 11월 29, 30일 양일간 매출 중 모바일 비중이 75%나 됐다.
◇모바일 쇼핑, 그 시작=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제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모바일 쇼핑은 스마트폰의 탄생으로 가능해졌다. 스마트폰이 본격 등장한 것은 2007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발표하면서부터다. 국내에는 2009년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같은 해 11월 G마켓이 온라인몰 최초로 아이폰용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이면서 모바일 쇼핑시대가 시작됐다.
모바일 쇼핑 시장 규모는 2009년 100억원에 불과했다. 2010년 3000억원, 2011년 6000억원에 이어 2012년 1조8000억원까지 고속 성장했다. 2013년 시장 규모는 5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세 배 이상 성장했다. 업계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모바일 쇼핑 시장 규모를 10조원 정도로 추산했지만 최근 12조원대까지 상향 조정한 상태다.
◇왜 모바일 쇼핑인가=모바일 쇼핑으로 생필품을 모두 구매한다는 이경선(32·서울 은평구 연서로)씨는 편리함과 시간 절약을 꼽았다. 그는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톡톡 누르기만 하면 쇼핑이 끝나니 시간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되고, 무거운 물건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돼 정말 좋다”고 했다.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모바일 쇼핑의 가장 큰 장점이다.
처음부터 모바일 쇼핑이 편했던 것은 아니다. 초기 모바일 앱은 PC 페이지를 그대로 옮겨놓는 데 그쳤다. A4 용지만 한 화면에 소개되던 내용을 손바닥보다 작은 화면에 담았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소셜 커머스 업체들은 제한된 화면 크기에 최적화된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발해 보기 좋게 만들었다. 또 소비자가 일일이 찾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것 같은 상품을 골라서 제시해주는 ‘큐레이션형’ 쇼핑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결제도 공인인증서 없이 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간편하게 했다.
‘쿠팡’은 플리킹 기법을 도입, 책장을 넘기듯 화면을 좌우로 쓸어 넘기면 다양한 상품 정보를 한눈에 쉽게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티몬’은 상품 찜하기 기능과 카트 담기 기능을 첨가해 바로 구매하지 않더라도 관심 제품을 판매종료 전까지 확인하고 언제든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위메프’는 결제를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포인트 제도를 도입했다. 한 달에 일정 금액을 미리 입금해 포인트화 해놓은 뒤 결제를 하면 복잡한 절차 없이 금세 이뤄진다. 10만원어치 이상 충전하면 1%를 추가 적립해 주고 있다.
◇대형마트도 가세=소셜 커머스들이 모바일 쇼핑의 진화를 이끌었지만 이제 모든 유통채널이 모바일 강화에 나서고 있다. 오픈마켓도 모바일로 소비자들이 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 화면에 많은 판매자의 상품이 담겨 ‘장터’를 연상케 했던 오픈마켓들은 모바일에서 소비자별 맞춤 상품을 선별해 추천하는 ‘쇼킹딜’(11번가) ‘G9’(지마켓) 등 큐레이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상파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최근 위기를 겪고 있는 홈쇼핑도 엄지족을 잡기 위한 온갖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모바일 전용 PB 출시, 모바일 앱을 이용해 구매하면 할인해주는 특별서비스는 기본이다. GS숍은 빅데이터에 기반해 맞춤형 서비스를 실시하고, 이용자의 쇼핑 패턴을 파악해 흥미를 가질만한 상품이 할인할 때 메시지를 전송해준다. 홈쇼핑 업체 최초로 카카오의 결제시스템인 ‘카카오페이’를 도입해 결제 편의성을 높이고 모바일전용 물류센터를 열어 배송 경쟁력도 높였다.
CJ오쇼핑은 ‘DLS’라는 고객 분류 체계를 자체 개발해 고객 한명 한명의 라이프스타일과 쇼핑패턴에 맞는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자동으로 고객이 흥미를 가질만한 방송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앱 푸시 메시지를 발송해주고 있다.
오프라인의 대형 할인매장들도 앞 다퉈 모바일 앱을 내놓고 있다. 대형마트 최초로 모바일 앱을 내놓은 이마트는 각 매장에 있는 상품군을 클릭하면 해당 상품들을 실물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손쉽게 상품을 찾아 구매할 수 있다. 롯데마트는 대형마트 최초로 월드타워점에서 비콘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비콘 서비스는 저전력 블루투스 근거리 통신기술을 활용한 위치기반 모바일 서비스로, 고객 쇼핑 동선에 따라 다양한 맞춤형 할인쿠폰이 소비자의 스마트폰에 제공되는 신개념 쿠폰 서비스다.
◇더 편하고, 더 쉬워지고, 더 빨라진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옷만큼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입어보고 모바일에서 주문했던 이혜미(가명)씨는 이제 그러지 않는다. 스마트폰 앱에는 자신의 사진, 키와 몸무게, 체형 특징을 따라 만들어진 마네킹이 있다. 옷을 고르면 그 마네킹이 입은 모습이 동영상으로 펼쳐진다. 그것을 보고 구매를 결정하면 실패율이 10% 미만이다. 배달도 2∼3시간 내에 되니 굳이 발품을 팔 필요가 없다.
위메프 홍보이사 박유진씨는 “빠른 배송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모바일 화면에서 3D 패턴을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앱에서의 결제가 조금 불편한 점이 남아 있으나 이것도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도 이베이나 알리바바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고객들이 더 간편하게 대금을 지불하고 물건을 구매하게 하기 위해 자체 계정을 내놓았다. 소비자가 돈을 넣거나 신용카드 정보를 연계시킬 수 있는 계정이다. 소비자들은 원하는 물건을 찾아 구매 버튼을 누른 뒤 4자리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간편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는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카카오’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도 전자지갑 ‘삼성월렛’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서비스는 더욱 발달할 것이다.
앞으로 소비자들은 모바일에서 쇼핑을 게임보다 즐겁게 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경제 히스토리] ‘블랙 프라이데이’ 대박 터진 모바일 쇼핑… 지구촌 소비 시장 대세 등극
입력 2014-12-05 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