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CEO] “부친이 좋은 씨앗 물려줘 일본·미국 등 세계시장 진출 여성이란 한계에 가두지마라”

입력 2014-12-12 02:48
㈜엠티콜렉션 양지해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청담사무실에서 내년 봄에 소개될 ‘메트로시티’의 핸드백과 의류 디자인을 소개하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아버지께서 좋은 씨앗을 물려주셔서 잘 키울 수 있었습니다.”

패션잡화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 ‘메트로시티’로 연 1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엠티콜렉션의 젊은 여성 CEO 양지해(37) 대표이사는 창업주인 아버지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이탈리아 패션스쿨 마랑고니를 졸업하던 해인 2002년 25세에 메트로시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입사했다. 2년 뒤 대표이사직에 취임했다. 당시 회사는 이탈리아 브랜드 ‘메트로시티’ 라이선스 업체로 매출은 560억원에 불과했다. 그는 취임한 지 6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청담사무실에서 지난 9일 만난 양 대표는 “어린 나이에 대표가 된 뒤 회사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여성이라는 점도 도움이 됐습니다.”

그는 나이 많은 남성 임원들과 직원들이 여성이어서 견제를 덜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 특유의 소통과 공감의 기술이 큰 힘이 돼주었다고 밝혔다. 지금도 그는 매년 4월과 10월 세일기간이 끝나면 본사 임원들과 전국 매장을 돈다.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격려하고, 어려운 점을 물어 해결책을 찾아내곤 한다.

양 대표는 영업직을 포함한 전 직원이 대표와 뜻을 같이하면서 한 몸처럼 일하기 위해서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직원이 400여명밖에 안 되지만 2010년 교육전담 부서도 신설했다. 교육도 매장과 본사 직원이 하루 동안 서로의 업무를 바꿔서 체험하는 ‘역지사지 프로그램’ 등 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직원 각자가 한 달에 7명 이상을 칭찬해주는 ‘칭찬해주세요’는 직원들의 기를 살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교육은 딱딱하지 않게 재미있게 진행합니다. 입사한 지 100일이 된 사원들을 위해 축하파티를 해주고 ‘용서해주세요’ ‘조기퇴근권’ ‘책사주세요’ 같은 쿠폰선물을 주지요.”

양 대표는 교육을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해 2010년 이탈리아 본사 ‘모다쿠보’로부터 글로벌 비즈니스권을 넘겨받았다. 엠티콜렉션을 라이선스 회사에서 본사와 동반자적 관계로 재정립한 것이다. 양 대표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첫걸음으로 올 6월 일본에 진출했다.

“일본 젊은 여성들에게 메트로시티가 벌써 인기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답니다.” 동남아는 물론 유럽 미국 시장 진출 계획을 추진 중인 그는 “앞으로 글로벌 토털 패션 브랜드로 성장한 메트로시티를 세계 각국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싶다는 양 대표는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에게 “여성이라는 한계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라”며 이런 당부를 남겼다.

“여자니까 이 정도 하면 되겠지, 여자가 어떻게 이걸 하지, 여자인데 이 정도 대우는 받아야지…. 이런 생각은 절대 하지 마시고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십시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