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이빨 사냥꾼] 조심해, 코끼리들이 우리 이빨을 노리고 있어!

입력 2014-12-05 02:12
역발상의 힘이다. 저벅저벅. 총을 메고 초원을 가로지르며 걷는 사냥꾼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들의 총구가 겨누는 건 벌거벗은 소년. 몇 페이지를 넘기고서야 그들의 정체가 드러나는데, 사냥꾼들의 코가 길다. 코끼리 사냥꾼이 인간 아이를 사냥한다는 엉뚱한 상상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노리는 건 다른 것도 아닌 생포한 아이의 이빨이다. 아이의 입을 벌리고 스패너로 어금니를 뽑아낸다. 그렇게 인간 아이에게서 뽑아낸 어금니를 줄지어 늘어놓은 광경은 우스꽝스럽지 않고 오히려 무시무시한 느낌이다.

그 어금니들은 비싼 값에 팔리어 멋진 담배 파이프로, 코끼리 조각상으로 가공이 되고, 백화점에 진열된다. 어떤 부자 코끼리가 지갑을 열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거의 마지막 부분까지 글자 없이 그림으로만 전개된다. 갈색과 어두운 자주색 등 몇 가지 색이 아프리카의 느낌을 물씬 풍기며 공포감을 자아낸다.

그림책이 끝날 부분에야 이게 아이의 꿈이라는 게 밝혀진다. 글자 없이 그림으로만 이어진 것도 그런 이유다. 그 아이는 상아를 얻기 위해 코끼리를 사냥하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 산다. 마침내 아이는 말한다. 이 이상하고 무서운 이빨 사냥꾼 이야기를 어른에게 해줘야겠다고.

코끼리 무리는 작게, 생포 당하는 아이는 거인처럼 크게 그렸는데도 아이의 공포감에 감정이입 된다. 2010년부터 4년 동안 12만여 마리의 코끼리가 상아를 노리는 밀렵꾼에 의해 살해됐다는 식의 어떤 설명보다도 한 편의 시 같은 이 그림책이 더 울림이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