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wearable) 스마트 기기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몸에 부착해 사용하는 전자기기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삼성과 애플 등이 스마트워치를 내놨고, 내년에는 스마트안경도 본격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온도조절이 가능한 발열 재킷까지 출시됐다.
스마트워치나 스마트안경에는 전원 역할을 하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 돼 있다. 발열 재킷도 리튬이온 배터리와 발열판을 케이블로 연결해 전기로 온도를 조절하는 원리로 작동된다. 사실상 리튬이온 배터리를 몸에 붙이거나 두르고 다니는 셈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를 좁은 공간에 가두는 제품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작은 크기에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잘못 사용하거나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폭발하거나 발화하는 안전성의 문제점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몸에 붙은 상태에서 배터리에 문제가 생기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교통사고 등으로 예기치 않은 외부의 큰 충격이 웨어러블 기기에 직접 가해질 경우 배터리가 폭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경이나 옷을 착용한 상태에서 배터리가 폭발하면 인체에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실제 최근에도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 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둔 보조배터리가 폭발하면서 피해자가 화상을 입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배낭을 메고 자전거를 타던 사람이 “배낭 안에 넣어둔 휴대폰 배터리가 폭발하며 그 충격으로 넘어져 크게 다쳤다”며 한국소비자원에 신고를 접수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국내 배터리 업계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은 리튬이온 배터리 안전성 강화를 위해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분리막을 강화시킨 SRS(안전성강화분리막)와 스택앤드폴딩(Stack&Folding) 제조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SRS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 원단에 세라믹을 코팅해 열적·기계적 강도를 높여 내부 단락을 방지하고 안전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이다. LG화학은 이 기술에 대해 2007년 국내 특허 등록을 시작으로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에도 이미 특허를 등록했다. 스택앤드폴딩 제조 기술은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 분리막, 음극재 등을 층층이 쌓아 접은 뒤 전해질을 주입하는 형태로 배터리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렇게 제조된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 제조 기술에 비해 물리적 안정성이 높다.
삼성SDI도 못으로 배터리를 뚫는 관통 테스트, 강력한 외부 충격을 모사한 충돌 테스트 등 각종 혹독한 상황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테스트해 안전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 삼성SDI가 연구 중인 전고체 배터리(All-Solid Battery)는 리튬 이온의 이동 경로인 전해질에 고체 소재의 물질을 적용해 어떠한 외부 충격이나 환경에서도 절대 터지지 않도록 제작된다.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도 리튬이온 배터리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배터리의 발화, 폭발은 열과 화학적 반응 두 가지 경우에 발생할 수 있으며 과열, 과충전 등이 직접적 원인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외부의 강한 충격에 의해 배터리 모양 등이 변형되면 위험하고, 배터리를 여름철 차 안 같은 60도 이상의 고온에 장시간 보관하거나 불 또는 물 속에 넣으면 폭발 위험성이 커진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기획] 입고 차고 두르고… ‘리튬이온 배터리와 동거 시대’ 안전 기술 경쟁
입력 2014-12-04 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