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윤회 문건’ 파문] 끈끈했던 趙·朴, 권력지향적 ‘靑 재수생’ 공통점

입력 2014-12-04 02:13 수정 2014-12-04 09:36

조응천(52·사진)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48) 경정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 사이 한 차례씩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권력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청와대 재수생’들이 비선(秘線) 권력 암투 의혹의 한가운데 선 것이다. 이들을 잘 아는 복수의 전 청와대 관계자들은 “야심이 크고 대가 센” 두 사람이 이른바 ‘실세 3인방’과 충돌하면서 파문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8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조 전 비서관은 2000년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서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며 처음 권력의 핵심에 발을 들였다. 당시에도 업무상 마찰을 빚어 소란이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비서관은 2004년 갓 설립된 부패방지위원회에 실태조사단장으로 파견된 뒤 이듬해 옷을 벗고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들어갔다. 2006년 김성호 법무부 장관을 따라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맡았고, 2008년 김 전 장관이 국정원장에 임명되자 국정원 특별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지난해 박근혜정부 출범에 맞춰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됐다. 그의 한 측근은 “조 전 비서관은 검사 임용 이후 승진 코스를 ‘하이패스’로 내달린 사람”이라며 “권력 중심에서 오래 일해 야심과 배포가 크고 권력지향적”이라고 평가했다.

조 전 비서관은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된 뒤 내부감찰팀장을 맡아줄 경찰관을 찾다가 박 경정을 소개받았다고 한다. 박 경정은 90년대 중반 경위 시절 청와대 내외곽 경비를 맡는 101경비단 소대장으로 시작해 96년 감찰계장으로 근무했다. 오랫동안 수사·정보 업무를 해서 국무조정실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등에서도 근무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해 한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 “이 사람(박 경정) 똑똑한 사람인 거 알지 않느냐”며 매우 흡족해했다고 한다.

지인들은 두 사람 성향이 비슷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과 함께 일했던 전 청와대 근무자는 “두 사람 모두 배포가 크고 야망도 있었다. 한순간 거짓말을 했다가 경력이 망가지는 경우를 많이 봐서인지 둘 다 문제가 생기면 정면 돌파하려 들지 당장 모면할 궁리는 잘 하지 않았다”고 했다. 청와대가 유출된 내부 문건을 ‘찌라시’ 수준으로 평가하고, 사태를 조기 진화하려 하자 조 전 비서관이 다음날 정윤회씨와 이재만 총무비서관의 통화 사실을 밝힌 것도 이런 성격 때문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그는 “조 전 비서관의 폭로 때문에 전세가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런 파장을 예상 못했을 사람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도 막역한 사이다. 박 경정은 조 전 비서관의 수족처럼 일했다. 그런데 올 초부터 박 회장과 정씨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이들과 정씨의 측근으로 평가받는 ‘문고리 3인방’ 사이에도 갈등이 불거지게 된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4월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복귀하지 않았다. 대신 고향인 대구에서 정치활동을 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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