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주에 갇힌 채 숨을 거둔 사도세자는 현대 정신의학 관점에서 ‘양극성 장애’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신의학자가 사료를 바탕으로 사도세자의 병명을 진단하기는 처음이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창윤 교수팀은 사도세자의 언행이 상세히 기록된 한중록 등 문헌을 중심으로 정신의학적 건강 상태를 진단했다고 3일 밝혔다. 양극성 장애는 과하게 기분이 들뜨는 조증과 가라앉는 우울증의 감정 상태가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질환으로 조울증이라고도 불린다. 김 교수는 이런 내용의 논문을 ‘신경정신의학’ 최신호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사도세자는 13세(1748년)부터 우울증상, 불안증상과 함께 환시(일종의 환각증세) 같은 정신병적 증상을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 20세부터 우울감, 기분과민성, 흥미 저하, 의욕 저하를 보이며 자기관리도 소홀히 하는 등 기분장애에 따른 정신기능 저하가 동반됐을 수 있다. 자살 생각과 함께 실제 자살 행동도 나타났다. 연구팀은 사도세자가 “아무래도 못 살겠다”며 우물에 투신하려 했던 이 시기를 우울증 소견으로 진단했다.
21세 때 6∼7월에는 조증으로 볼 수 있는 고양된 기분, 기분과민성, 난폭한 행동이 처음 나타났다. 이런 증상은 25∼26세에 재발해 폭력적 행동이 두드러졌다. 이후 26세인 1761년 10월부터 1762년 5월 사망할 때까지 조증과 우울증 증상을 번갈아 보였던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정신이상 관련 가족력도 관찰됐다. 김 교수는 사도세자의 생모인 영빈 이씨가 기분장애 증상을 겪다 자살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현대 정신의학적 관점서 보면 “사도세자는 조울증”
입력 2014-12-04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