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밤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소맥(소주+맥주) 회동’을 했다. 12년 만의 예산안 법정기한 처리를 자축하는 자리였다. 공교롭게도 같은 식당에서 야당 의원들이 늦은 저녁식사를 하던 터라 예상치 못한 여야 만남이 이뤄졌다고 한다.
김 대표는 국회 본회의가 끝나고 원내 지도부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불러 식사 겸 술자리를 가졌다. 김 대표는 “최 부총리가 아직 국회에 계시면 모시라”고 했고, 대표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이 최 부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둘의 만남이 성사됐다.
김 대표는 “예산이 제때 통과돼 광역자치단체, 시·군·구까지 차질 없이 집행될 수 있어 기쁘다”며 “덕분에 체면이 섰다”고 의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최 부총리도 “(당이) 여러가지로 도와줘 고맙다. 예산을 신속하게 잘 집행해서 경제 불씨를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매년 해를 넘겨가며 가까스로 통과시켰던 예산을 여야 합의로 무난하게 처리한 데다 덕담까지 오가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식사 자리엔 주호영 정책위의장과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홍문표 예결위원장, 이학재 예결위 간사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김 대표와 최 부총리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당시 박근혜 의원을 도왔던 ‘원조 친박’(친박근혜)이다. 하지만 김 대표와 친박 주류 사이가 소원해지면서 최 부총리와도 왕래가 뜸해졌다. 지난 7·14전당대회에서 친박계는 서청원 최고위원을 물밑 지원했다. 김 대표 취임 이후 두 사람은 사내유보금 과세와 재정 건전성 등을 놓고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아 여권 내 ‘투 톱’의 신경전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어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 등이 식사하는 테이블로 가 막걸리를 따라주며 예산 처리 협조에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역시 최 부총리도 함께했다. 이 자리에 있던 한 의원은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차례로 자리에 옮겨와 술잔을 주고받고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이날 밥값은 최 부총리가 다 계산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여의나루] 당정 투톱 김무성·최경환의 ‘소맥회동’
입력 2014-12-04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