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룡호 선장 “배와 끝까지 함께 가겠다”

입력 2014-12-04 02:31

“배와 (죽음으로) 끝까지 함께 가겠다.”

세월호 선장과 달리 러시아 베링해에서 침몰한 501오룡호(사진) 김계환(46) 선장의 마지막 교신내용이 알려져 안타깝게 하고 있다. 부산 남부민동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는 3일 “김 선장이 침몰 직전 회사 소속 오양호 이양우 선장에게 무선으로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이 선장은 이 내용을 김 선장의 동생 세환(44)씨에게도 국제전화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선장은 배가 가라앉기 직전 이 선장에게 “형님에게 하직인사는 해야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마지막 무전을 보냈다. 무전내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 챈 이 선장은 “빨리 나와. 나오라구…”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김 선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저는 이 배하고 끝까지 함께 가겠다”는 무선교신을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어졌다. 대책본부는 무선교신 내용을 일부 실종선원 가족들에게 공개했다.

김 선장은 마지막 순간에 동생 세환씨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김 선장은 지난 1일 오후 1시14분쯤 세환씨에게 전화를 걸어 “배가 세월호처럼 침몰하고 있다. 시간이 없다”는 말만 남긴 뒤 10초 만에 전화를 끊었다.

통영 경상대를 졸업한 김 선장은 선원생활을 하다 2003년 사조산업에 입사했다. 이후 1등 항해사로 3년간 일하다 10여년 전부터 명태잡이 어선의 선장을 맡았다.

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간)쯤 사고해역 인근에서 수색·구조작업을 하던 사조산업 소속 브라듀크호가 한국인 선원 1명의 시신을 추가로 인양했다고 밝혔다. 시신이 인양된 지점은 501오룡호가 침몰한 곳에서 남서쪽으로 약 9마일 떨어진 지점이다. 3일에만 실종선원 시신 11구가 발견됨에 따라 오룡호 침몰사고에 따른 사망자는 한국인 4명을 포함해 12명으로 늘었고, 실종자는 41명으로 줄어들었다. 앞서 7명은 구조됐다.

실종선원 가족들은 “러시아 항만청 발표에 의하면 사고 당일 다른 어선 4척은 피항했는데 오룡호만 조업하다 침몰했다”며 회사 측에 “이유가 무엇이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선박 위치에 따라 기상상황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선박들의 피항시점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안전처 산하 부산해양경비안전서는 이날 이현철 형사계장(경감)을 팀장으로 17명의 수사팀을 꾸리고 오룡호 침몰사고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섰다. 한국인 사망자는 현재 조기장 이장순(51·부산)씨, 2항사 김범훈(25·서울)씨, 3항사 김순홍(22·남해)씨, 냉동사 김태중(56·부산)씨 등 4명이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