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제국’이 위기에 빠졌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미국 및 서방국가들의 경제 제재와 유가 하락에 이어 루블화 가치까지 급락하면서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의 현 경제 상황은 총체적인 위기 그 자체다. 무엇보다 내년에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왔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09년 -7.8%에서 2010년 4.5%로 크게 뛰었지만 이후 매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알렉세이 베데프 러시아 경제차관도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러시아의 내년 GDP는 당초 1.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0.8% 역성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어쩌면 내년이 아니라 당장 올 4분기에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베데프 차관은 러시아 경제 위기의 핵심 원인은 ‘유가 하락’이라고 짚었다. 그는 올해 배럴당 평균 99달러이던 러시아산 우랄 원유가 내년에는 8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 하락에 대한 연쇄 작용으로 루블화 가치도 한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달러에 대한 루블화 가치는 지난 3개월간 30% 이상 하락했다. 지난 1일 루블화 가치는 한때 9%까지 폭락해 1998년 이후 하루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위기감은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러시아 금융권과 해외 신용평가사들이 내놓고 있는 해석과 전망도 일맥상통한다. 러시아 주요 은행인 VTB의 세르게이 두비닌 감독이사회 의장도 “루블화 자유 변동 환율제와 차입 비용 상승이 러시아 경제에 나쁜 시너지 충격을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루블화 가치 하락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다음주쯤 기준금리를 다시 한 번 큰 폭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면서 “10.5%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인상된다고 해도 놀랄 만한 상황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지난달 말 러시아의 신용 등급이 투기 수준으로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러시아에서는 ‘트리플 63’이라는 농담까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에 63세가 된다”면서 “이와 맞춰 유가가 배럴당 63달러가 되고 달러당 루블화 가치도 현재 53루블에서 63루블까지 더 떨어질 것이란 의미”라고 설명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트리플 63’의 저주?… 저유가 늪에 빠진 ‘위기의 푸틴’
입력 2014-12-04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