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들의 인생살이] ‘50세까지 미혼’ 계속 늘어나고… 한·일 미혼 인구 실태 비교

입력 2014-12-04 02:09

대기업 과장 이모(39)씨의 인생 계획표에는 결혼이 빠져 있다. 7000만원이 넘는 연봉에도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60만원 원룸에 산다. 돈을 집에 쏟아붓고 싶지 않다고 했다. 대신 퇴근 후 영화나 공연을 즐기고 주말마다 등산·캠핑을 하며 분기마다 해외여행을 다닌다. 이씨는 “나에게 충실한 생활을 포기할 만큼 결혼이나 출산의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며 “결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3일 이씨 같은 미혼 남녀를 조사해 ‘한국과 일본 미혼 인구의 결혼 및 자녀 양육에 대한 태도’ 보고서를 펴냈다. 50세까지 결혼하지 않은 ‘생애미혼율’이 2010년 기준 남성 5.8%, 여성 2.8%로 조사됐다. 2005년(남 2.7%, 여 1.7%)보다 1.6∼2.1배로 늘었다. 일본은 더 심각하다. 2010년 기준 남성 5명 중 1명(20.1%), 여성 10명 중 1명(10.6%)은 50세가 되도록 결혼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혼외출산율이 매우 낮은 한국(2.1%)과 일본(2.2%)에선 미혼자 증가가 저출산 문제를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보고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은 결혼을 성사시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남녀의 결혼 의향은 80∼90%대지만 남성 40세, 여성 35세가 넘으면 결혼 의향이 급감한다. 지난해 조사 결과 여성은 30∼34세에 90.2%까지 올랐다가 35∼39세 76.0%, 40∼49세 60.9%, 45∼49세 58.0%로 뚝뚝 떨어졌다. 이런 추세는 일본 남성의 연령대별 결혼 의향과 비슷한 수준이다. 결혼 의향은 일본 남성이 82.0%로 한·일 남녀 중 가장 낮았다.

결혼에 걸림돌이 되는 건 양국 모두 ‘결혼자금’이 가장 컸다. 특히 한국 남성은 결혼자금(49.5%), 주거 문제(19.0%)의 부담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성호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면서 안정 지향적 문화가 미혼 남녀의 이성관에도 영향을 미쳐 결혼에 소극적인 세태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