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씨 및 청와대 실세 비서관 3인과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벌이는 권력 암투로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가장 도덕적이고 엄중해야 할 청와대가 추태의 주요 무대로 떠오른 자체도 망신이다. 이런 상황은 빨리 해소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온갖 확인되지 않는 설이 난무하게 된다. 방법은 무엇보다 빠르게 검찰 수사를 진행시키는 것과 수사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검찰은 3일 문건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박관천 경정의 도봉경찰서 사무실과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을 압수수색했다. 우선 검찰은 이번 수사를 아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사태의 본질은 청와대 안에서의 권력 암투이기 때문에 상당히 정치적이지만, 일단 드러난 수사 대상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검찰이 진행 중인 명예훼손과 문건유출 두 부분의 수사는 모두 당사자들을 불러 대질시키면 쉽게 사실적 윤곽이 드러난다. 보도된 청와대 문건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문건이 누구에 의해 어느 경로로 유출됐는지는 일반적인 수사 기법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일반 회사조차 컴퓨터 로그온이나 출력 기록은 쉽게 추적할 수 있다. 보안이 생명인 청와대에서 이 같은 조사는 더 말할 것이 없겠다.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받거나 유선 전화 기록을 살펴보고, 청와대 바깥에서의 식사자리 같은 행적을 추적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런데 검찰은 고소인 조사를 변호인을 통해서만 했었다. 비판 여론이 일자 뒤늦게 고소인들이 직접 나가겠다고 했지만, 사태의 비중을 감안했다면 검찰이 애당초 의지를 갖고 소환했어야 했다. 이 대목에서 검찰 수사의 신뢰도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문건 유출이 국기문란이라는 점을 유독 강조했고, 청와대 내 실세 비서관들이 연루된 수사에서 과연 검찰이 눈치를 보지 않고 파헤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권 실세들이 연관돼 있으면 검찰은 늘 한 발 늦게 수사를 진행시켜온 사례가 있다.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 여론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었다.
조 전 비서관에 대한 조사 내용도 관심이다. 이 저급한 싸움의 한 축인 조 전 비서관은 재직 시 청와대 내의 여러 비정상적인 사례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가 조사받으면서 그런 사례를 언급할 경우 검찰은 위법 사항이라고 판단되면 철저히 규명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검찰 수사의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검찰은 권력에 휘둘리거나 빌붙어서 사건을 처리해 냉소의 대상이 되곤 했다. 이번 수사 결과 국민들이 그 냉소를 다시 한번 확인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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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04 02:40 수정 2014-12-04 09:40